할아버지도 아기였겠지?
오랜 병으로 할아버지는 고목나무처럼 말라 있었다. 그런 어르신들이 내과 병동에는 꽤 많았다. 내과 질환들이 대부분 만성 질환이고 노령 환자들이 많다 보니 삐쩍 마른 어르신들 환자들을 자주 볼 수밖에 없다.
할아버지의 가늘고 종이장처럼 얇은 팔에 주삿바늘을 대어 본다.
푸르스름한 혈관이 툭 불거져 있지만, 막상 주사 바늘을 대면 툭 터져 버린다.
노인의 혈관은 보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에 주사 놓을 때 정말 살짝 놓지 않으면 터지기 십상이다.
운 좋게 한 번에 성공한다 해도 혈관이 약해서 곧 터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주사 바늘을 넣은 후 고정도 더 신경 써서 해야 한다.
하지만 피부가 워낙 얇으니 반창고를 세게 붙이면 반창고를 붙인 부위의 피부가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초점이 흐리고 기력이 떨어져 가는 한 움큼 정도밖에 되지 않는 몸, 가끔 멍하지 빈 곳을 응시하는 할아버지의 눈빛을 보면 그분의 아기 때는 장성한 청년일 때는 어떤 모습이셨을까?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 내 아이의 복숭아 같은 얼굴이 떠오른다. 핑크색 입술에 뽀얀 얼굴의 아가. 그 얼굴이 이렇게 나이를 들 텐데 생각하면 뭔지 모를 서글픔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