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 불안 통증을 다스리는 호흡법 6수식 중 경계

by 순야 착지


6화. 수식(數息) 중의 경계에 대한 문답: 숫자를 잃어버렸을 때

『선문구결(禪門口訣)』 연재 여섯 번째 시간입니다.

호흡 수행의 가장 기본적이고 널리 쓰이는 방법은 바로 숨의 숫자를 세는 '수식(數息)'입니다. 들숨이나 날숨에 하나부터 열까지 숫자를 붙이며 산란한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훈련이죠.

그런데 이 수식 수행에 깊이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숫자를 까맣게 잊어버리거나 아예 숨결조차 느껴지지 않는 당혹스러운 순간이 찾아옵니다. 눈앞이 번쩍이기도 하고, 몸이 붕 뜬 것처럼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내가 수행을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깊은 깨달음에 다가간 걸까요?

오늘은 숨을 세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여러 현상[境界]들에 대해 스승께서 어떻게 진단하시는지 그 명쾌한 문답을 살펴보겠습니다.


본문: 수식(數息) 중의 경계에 대한 문답

묻는다. "어찌하여 숨을 세는 수행[數息, 수식] 중에 문득 숫자를 잊어버리고, 오직 숨이 드나드는 것만 알게 됩니까?"

스승께서 답하신다. "마음이 조금씩 미세해지면 자연스럽게 한결같은 마음[一心, 일심]으로 합쳐지기 때문에 숫자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 이전 단계에서는 마음이 '숫자를 세는 일[一數]'과 '숨결이라는 대상[一境]' 두 가지로 나뉘어 함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상태가 거칠었던 것이다."

묻는다. "어찌하여 이번에는 아예 숨조차 느껴지지 않고, 오직 고요한 상태[境界, 경계]만 알게 됩니까?"

답하신다. "수행자가 거친 관찰을 이미 덜어내어 숨이 점점 미세해졌으므로, 이 때문에 숨이 드러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모공이 모두 열려 온몸 곳곳으로 숨이 나가기 때문에 코로 드나드는 숨이 없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단지 숨이 미세해졌기 때문에 느껴지지 않는 것일 뿐이다."

또 덧붙여 말씀하셨다. "'모공으로 흩어져 나간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미 몸 밖으로 숨이 '나간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한 셈인데, 어찌 콧구멍[鼻門]으로만 홀로 나가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는가? 내가 '숨이 미세하여 보이지 않는다'고 한 것은 마음을 한곳에 매어두는 관점[繫念, 계념]에서 말한 것이고, 그들이 '모공으로 흩어져 나간다'고 한 것은 기운이 막힘없이 통하는 관점[通暢, 통창]에서 말한 것일 뿐이다."

어떤 사람이 묻기를, "숨을 묶어두어 움직이지 않게 되니 마음의 눈이 갑자기 밝아져 홀연히 번갯불처럼 번쩍입니다. 혹시 이것이 전광정(電光定, 번개처럼 빠르게 얻는 선정)이 아닌지 의심됩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경험이 많은 익숙한 수행자가 답하였다. "단지 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숨이 미세해졌기 때문이고, 문득 눈앞이 밝아지는 현상은 사람들이 흔히 겪고 말하는 묵연심(默然心, 마음이 잠시 묵묵히 고요해져 밝게 느껴지는 상태)일 뿐이다."

또 그보다 앞선 단계에서도 조금씩 몸이 편안해지는 감각[觸]이 있는데, 사람들이 흔히 이를 '선정의 기쁨과 즐거움[禪喜樂]'이라 착각한다. 그러나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은 십선(十善, 열 가지 바른 마음가짐)과 상응하는 마음[相應心]이 나타난 것이지, 아직 깨달음의 높은 세계[上界, 상계]에 도달한 것이 아니다. 이 한 고비를 건너야 비로소 참된 선정의 경계로 들어가니, 마치 살얼음을 밟고 깊은 연못가에 서 있듯이[如履薄冰, 여리박빙] 극도로 조심하고 신중해야 비로소 겨우 지나갈 수 있다."


수행법 실천 가이드: 살얼음을 밟듯 고요하게 나아가기

수식(數息) 수행 중 찾아오는 낯선 변화들에 당황하거나 집착하지 않기 위해, 원문의 지혜를 5가지 행동 지침으로 정리했습니다.

① 숫자를 놓치는 것을 실패로 단정하지 마십시오.

숫자를 세다가 어느 순간 숫자 자체를 잊고 호흡만 바라보고 있다면, 억지로 다시 처음부터 숫자를 세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이는 집중이 깨진 것이 아니라, 마음이 미세해져 '숫자'와 '호흡'으로 나뉘어 있던 의식이 하나[一心]로 모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② 숨이 사라진 듯해도 당황하지 마십시오.

호흡이 너무나 부드러워져 코로 드나드는 느낌조차 사라질 때가 있습니다. "내가 숨을 멈춘 건가?" 놀라지 마십시오. 거친 관찰이 떨어져 나가 숨이 극도로 미세해졌을 뿐입니다. 온몸으로 숨을 쉰다는 둥 여러 이론에 얽매이지 말고, 그저 고요해진 상태를 가만히 유지하십시오.

③ 번쩍이는 밝음을 깨달음으로 착각하지 마십시오.

호흡이 안정되면서 눈앞이 훤해지거나 내면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단박에 깨달음을 얻는 '전광정'이라고 확정 지어 들뜨지 마십시오. 이는 마음이 잠시 가라앉아 맑아진 '묵연심'의 상태일 확률이 높습니다. 현상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그냥 흘려보내십시오.

④ 작은 편안함에 안주하지 마십시오.

몸의 긴장이 풀리고 기분 좋은 편안함이 찾아왔다고 해서 이것이 선정의 즐거움이라고 자만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바른 마음[十善]이 잠시 드러난 좋은 현상이지만, 아직 참된 선정의 문턱을 넘은 것은 아닙니다.

⑤ 살얼음판을 걷듯 신중하게 정진하십시오.

숫자가 사라지거나, 빛이 보이거나, 몸이 편안해지는 이 모든 교차점은 수행자가 자만하거나 방심하기 가장 쉬운 '위험한 고비'입니다. 얼어붙은 얇은 강물을 건너고 깊은 연못가를 걷듯(여리박빙), 작은 변화에 기뻐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묵묵히 호흡의 뿌리를 지켜내야 합니다.

숫자를 잊었다면 잊은 대로, 숨이 가늘어졌다면 가늘어진 대로, 그저 변화하는 내 안의 경계를 조용히 마주해 보시길 바랍니다.


[연재 알림]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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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좌선을 마칠 때의 방법 (坐禪罷時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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