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창으로 여치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와 울기 시작해요.
풀벌레 소리를 따라,
초가을 저녁의 어스름과 밤멍도 함께 찾아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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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독일의 테너가수 Fritz Wunderlich가 녹음한
슈만의 `시인의 사랑`을 들으며
이 곡의 서사를 어렴풋이 훑곤 합니다.
사실 이 가곡집은 Heinrich Heine의 개별 시들에 곡을 입힌 것이기에
처음, 중간, 끝의 서사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슈만의 작곡 의도에 따라 새로이 불어넣어진 서사가 있을 것이라 여겨,
매우 주관적으로 선율을 따라가며 매우 주관적인 해제를 해 봅니다.
가사와 멜로디의 흐름은 `정열적 사랑`과 `실연의 아픔`을 노래하는 것이어서
우수의 젖은 가을과 더불어 충분히 젖기에 제격인 것 같아요.
독일 천재 테너 가수의 음색과 함께
20대부터 지금까지의 낭만이 수놓아진,
나만의 가을이 파노라마처럼 흐릅니다.
생각해 보면 그 어느 가을도 아름답지 않았던 적은 없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시절, 자율학습시간에 몰래 나와
수원성곽 어디쯤의 벤치에 앉아서,
애정하는 곡의 가사를 마음으로 더듬으며 감탄했던 가을과
이미 다가온 오늘의 가을까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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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주는 특유의 공백과 그리움이 주는
정서를 고스란히 받아내며,
훗날 또 하나의 파스텔톤으로 기억될,
이국 땅에서 오늘의 가을과 마주합니다.
Alt Stadt in Heidelberg
슈만은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학생이었답니다.
아마도 오늘 내가 지나치고 지나쳤을
거리들을 그 옛날에 그도 걸었겠지요.
이곳의 어느 공간 어느 시점에서
그의 정서와 마주칠 수도 있으리라는
막연함과 동행해 보려 합니다.
오늘의 가을이 낭만으로 물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