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꾀를 내어도

절대적 시간

by Dr Wolfgang H


아무리 꾀를 내고 전략을 짜봐도

절대적 시간을 요구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세상만사 모두가 그런 것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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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독일어시험을(DSH) 준비할 때 그랬어요.

읽기, 문법, 작문, 듣기로 구성된 1차 시험,

1차 합격 후 구술시험.

문법이야 수월했지만,

90분 내에 A4 2장 반 분량의 학술적 기사를 읽고

모두 서술형으로 풀어내야 하는 읽기와

주제와 기술포인트에 맞게 1500자 내외로

논술문을 작성해야 하는 작문,

그리고 마지막으로 10여 분간 논평을 들은 후

마찬가지로 서술형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하는 듣기 시험은,

지금도 수학능력시험, 군대생활과 더불어 꿈에 나올 만큼,

나를 질리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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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단어를 500개씩 외우고,

들리지도 않는 라디오를 듣고,

지속적으로 뭔가를 써 보아도.

암기한 단어는 망각 속으로,

라디오 소리는 꿈결로 나를 인도하고,

작성한 글의 표현들은 한국식 독일어로 이어지곤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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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미 시험에 통과한 선배들의 경험담들에는

여러 가지 극적요소들이 더해져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진 부분들이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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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흐르며,

DSH를 합격하고 나서 알았어요.

한 민족의 얼이 담긴 한 언어의 어감을 감잡고,

그것을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절대적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을!!

그 절대적 시간을 통해 기본기가

갖춰진 후에야 비로소 전략도 통한다는 것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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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언어뿐일까요?

헤어짐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빨리 그 감정의 소용돌이로부터 탈출하여

일상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에

다양한 도전들을 시도해 보았지만, 결국 원점.

절대적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일상으로 회귀할 수 있었음은

대부분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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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가을



어제는 모처럼 깊은 잠을 잤어요.

그리고 주어진 오늘의 일상에서

어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들과

오늘 또 새로이 부과될 일들에

닿아 있음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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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급해하지 않으려 해요.

어차피 있어야 할 절대적 시간의 자리를 인정하며,

달려와 내 옆에 자리한 가을의 공활함과 청명함.

다리 찢기를 위한 개구리 스트레칭.

그리고 오늘, 지금만이 줄 수 있는 가치들을 발견하는 것에

저의 시선과 관심을 두려 합니다.

그렇게 실존 안에 자리한 절대적 시간과 대척점에 서지 않으려 합니다.

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오늘이 아름답게 자리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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