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무너지는 세계
새벽 4시 30분,
이제 막 31분이 된 하늘이 나는 미치도록 설렜다. 성격 급한 여름 아침이 하늘을 비집고 나타나기 전에 서둘러 바다로 향하던, 그해 숱한 새벽들 속에서 마침내 파도와 너를 발견할 때마다.
대부분 그렇듯 내 평생 평일 새벽에 일어나는 일 앞에 ‘설레는’ 마음을 갖다붙이는 요상한 마법따위 모르고 살았다. 서핑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주 우연히 송정에서 파도를 딛은 일로 바다 위에서 새로운 기쁨을 발견했다. 오직 파도를 위해 자주 하루를 서두르게 됐고 먼 남쪽에서부터 다대포나 송정 해변에 가닿는 파도를 온몸으로 맞으며 기꺼워하고 행복해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해 매일 새벽,
나는 서프보드를 들고 바다로 뛰어가던 애틋한 그 길 위의 장면들을 낱낱이 기억한다. 대충 묶은 머리카락을 개의치 않던 마음과, 조금 부은 눈꺼풀 속 맑은 눈빛이 희미한 새벽 너머의 파도를 품던 순간과, 손등, 발등, 살짝 그을린 몸 곳곳에서 삐죽삐죽 새어 나오던 환희와, 그리고 파도의 미소가 분명 나를 향한 것임을 알고 터져나오던 웃음과, 마침 열리는 하늘 아래 총천연색으로 빛나던 내 모든 것들을. 야트막한 언덕 아래 그 길 너머 바다에는 그게 다 있었다. 여름마저 거기 있다고 믿길 만큼.
내내 바다에 있던 우리가 부지런히 반짝이며 모든 걸 사랑으로 읽던 시절, 풍덩 소리를 내며 네가 바다를 품을 때 나는 너를 품고 우리는 바다가 되었다.
찬란했고, 애틋했다. 눈이 멀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