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여름 Jan 21. 2020

여름마저 거기에 있다

나의 사랑하는, 무너지는 세계



 새벽 4시 30분, 

 이제 막 31분이 된 하늘이 나는 미치도록 설렜다. 성격 급한 여름 아침이 하늘을 비집고 나타나기 전에 서둘러 바다로 향하던, 그해 숱한 새벽들 속에서 마침내 파도와 너를 발견할 때마다.


 대부분 그렇듯 내 평생 평일 새벽에 일어나는 일 앞에 ‘설레는’ 마음을 갖다붙이는 요상한 마법따위 모르고 살았다. 서핑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주 우연히 송정에서 파도를 딛은 일로 바다 위에서 새로운 기쁨을 발견했다. 오직 파도를 위해 자주 하루를 서두르게 됐고 먼 남쪽에서부터 다대포나 송정 해변에 가닿는 파도를 온몸으로 맞으며 기꺼워하고 행복해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해 매일 새벽,


 나는 서프보드를 들고 바다로 뛰어가던 애틋한   위의 장면들을 낱낱이 기억한다. 대충 묶은 머리카락을 개의치 않던 마음과, 조금 부은 눈꺼풀  맑은 눈빛이 희미한 새벽 너머의 파도를 품던 순간과, 손등, 발등, 살짝 그을린  곳곳에서 삐죽삐죽 새어 나오던 환희와, 그리고 파도의 미소가 분명 나를 향한 것임을 알고 터져나오던 웃음과, 마침 열리는 하늘 아래 총천연색으로 빛나던  모든 것들을. 야트막한 언덕 아래   너머 바다에는 그게  있었다. 여름마저 거기 있다고 믿길 만큼.


 내내 바다에 있던 우리가 부지런히 반짝이며 모든  사랑으로 읽던 시절, 풍덩 소리를 내며 네가 바다를 품을  나는 너를 품고 우리는 바다가 되었다.


찬란했고, 애틋했다. 눈이  정도로.




이전 01화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