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겨울, 서른여섯 단아의 그 해. #3
3.
「향단아, 너 그 뉴스 봤어?」
치킨 박스를 열고, 맥주 캔을 따기도 전 경화는 대통령 스캔들 이야기를 꺼냈다. 얼핏 점심 내내 그 이야기가 반찬이 되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관심이 없었으므로 상세한 내용을 알지 못했다. 나는 시원한 맥주를 한잔 들이키며 대충 안다는 듯이 얼버무렸다. 경화는 한참을 대통령 스캔들에 대해 떠들어댔다. 과도하게 혜택을 받았다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한 기업 대표와 대통령이 부적절한 관계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대체 청와대에 살면서 어떻게 그런 사적인 관계가 가능했는지 등이 스캔들의 주요 이야깃거리였다. 경화는 세상에 믿을 놈 없다면서 그렇게 안 봤는데 알고 보니 상놈이라며 말세라고 했다. 재작년 대통령 선거 즈음 그가 제일 믿을만하게 생겼다며 그를 뽑으라고, 얼굴이 사람의 과거를 말해주는 거라며 지지하는 발언을 했던 과거 경화의 말이 생각나 피식 웃음이 났다. 아무래도 믿었으니 저렇게 짜증과 화가 나는 거겠지. 나는 모르겠다. 대통령이 바람을 핀 것도, 특정 기업에 과도한 혜택을 준 것도, 연예인 가십만큼이나 내게는 흥미 없는 일이다. 나는 그에게 관심도, 애정도 없다. 기왕이면 정치인들이 일을 잘 해줬으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어쩌겠는가 어차피 정의란 바닥에 떨어진 호떡만큼이나 아깝긴 하지만 다시 주어 먹을 정도의 가치를 지니진 못했다 여겨지는 그런 사회가 아니던가. 테이블 위 빈 맥주캔이 하나씩 늘어난다. 어느덧 6개째. 나 두 캔 반, 그녀 세 캔 반. 이것이 오늘의 막 잔일 것이다. 잔의 맥주가 반쯤 남았을 때, 그녀는 무심한 듯 한편으로는 꼭 알아야겠다는 듯 반쯤 풀린 눈으로 나를 지긋이 보며 물어왔다.
「재현 씨는? 연락 없어?」
「응, 우리 헤어진 거야.」
「에이~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헤어지냐. 7년을 만났는데….」
「못 헤어질 게 뭐겠니. 자기 배 아파 낳아놓고 36년을 키워 온 우리 엄마도 말도 없이 떠났는데. 그깟 7년이 뭐 대수라고.」
그녀는 대답 없이 막잔을 들이켜고는 벌러덩 침대에 드러누웠다. 나는 어질러진 맥주 캔과 닭 뼈를 치우며, 음악을 틀었다. 하필이면 플레이리스트에 저장되어 있던 잭 존슨의 <베러 투게더>가 흘러나왔다. 그가 제일 좋아했던 노래인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헤어질 수 있는 건 그 7년이란 시간 덕분은 아닐까? 나는 그가 그립지만 함께이던 과거보단 혼자인 지금이 현재의 내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젝트 여행자의 집, 네 번째 이야기 中 :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는 글 참고
그 여行자의 집 : 첫 번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