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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Jul 10. 2017

그 여行자의 집 (1)

2015년 겨울, 서른여섯 단아의 그 해. #1

누구에게나 삶에 그 해라 불리는 어떤 시기가 있지 않을까?
삶이 무너지고 다시 세워진 그 해.
자신을 위한 꿈을 이루며 살길 결심한 그 해.





2015년 겨울, 서른여섯 단아의 그 해


1.

밤새 환영에 시달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꿈인 듯도 했지만, 의식이 깨어있다고 느꼈으므로 꿈이 아니라 상상일지도 모르겠다. 그 환영에서 나인지 내가 아닌지 모를 주체적 존재는 따박따박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화를 냈고, 누구에겐가 따끔한 충고를 했다. 나도 그랬어야 했었는데…. 내가 하지 못한 일을 해내는 그녀를 온몸으로 느끼며 자랑스럽고 부럽기도 했다. 그런 감정이 든다는 사실에 내가 그 주체자와 동일인인지 아닌지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밤새 반쯤 깨어있던 정신은 그 상황을 반복해서 돌고 돌며 시간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며 보냈다. 실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날이 밝아오는 기운과 함께 조금씩 정신이 명료해지면서 마치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느낌이 들었다. 육체적 피로에 정신적 피로가 겹쳐 온몸이 저려왔다. 차라리 쓰러져 버리면, 그래서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게 돼버리면 좋을 것만 같다. 하지만 몸은 내 소망과는 달리 멋대로 그 힘겨움을 잘도 버텨낸다. 창문으로 새벽녘의 어스름이 찾아든다. 드디어 아침이 오는 건가? 그제야 잠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슬쩍 책상 위에 놓인 탁상시계를 보니 5시 25분,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까지는 1시간 5분 밖에 남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는 게 나은 걸까? 아니면 잠들지 말고 버텨야 하는 걸까?


따르릉. 따르릉. 따르릉. 알람 소리가 나고 꺼지고, 또다시 나는 것을 몇 번이나 느꼈지만,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지는 눈꺼풀을 들어 올릴 수가 없다. 더 이상 버티면 안 되는데... 어렵사리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7시 50분. 하아.. 씻기, 먹기를 모두 생략하고 지금 당장 옷만 갈아입은 채 총알같이 튀어나가도 늦을 게 자명하다. 이대로 잠들어 해가 쨍쨍하게 비춰들어 더는 잘 수 없을 때까지 잠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이대로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다면. 머릿속 헛된 공상을 휘저은 채, 몸을 침대 밖으로 밀어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빠르게 준비를 하고 나와 버스에 올랐다. 내 생에 마지막이 됐을지도 모를 어제 그 버스였다. 기묘한 감정이 올라온다.



프로젝트 여행자의 집, 네 번째 이야기 中 :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는 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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