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겨울, 서른여섯 단아의 그 해. #5
5.
엄마가 사라진 건, 석 달하고도 보름 전쯤이다. 사실 엄마가 언제 사라졌는지는 아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저 석 달하고 보름 전쯤, 며칠째 엄마에게 연락이 안 된다는 진아의 연락을 받고 내가 월차를 내 고흥에 내려갔었다. 당황스럽게 엄마는 어디에도 없었다. 작은 흔적조차도. 시골집으로 내려오기 전 연락을 했던 옆집 정숙 이모도, 경춘이 할아버지도, 아무도 엄마를 보지 못했지만 다들 하나같이 나를 만나러 서울에 올라간 줄 알았다고 했다. 오래간만에 애들 반찬이나 해서 가져다줘야겠다며 며칠 동안 김치, 무말랭이, 간장 게장 등을 열심히 만드는 것을 보았단다. 그 찬들이 고대로 냉장고에 들어있었다. 처음에는 걱정이, 그리고 무서움이 치밀었다. 혹여 납치라도 당한 건, 길에서 사고사라도 난 건 아닌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는 회사에서 잔소리를 들어가면서도 엄마가 사라진 사건은 말하지 않은 채 휴가를 3일 연장하고 주말까지 껴서 엿새 동안 고흥 바닥을 다 뒤지며 엄마를 찾았다.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고 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은 혹시라도 찾으면 연락을 주겠다는 말뿐 적극적으로 찾으러 나서지 않았다. 천 장의 실종 전단을 만들어 붙이고 뿌리고 하면서 점점 무서움은 지침과 짜증이 되어갔다. 대체, 예순이 넘은 아줌마를 누가 데려갔단 말인가? 혹여 사고라도 났다면 왜 신고가 없단 말인가? 엿새 동안 진아는 매일 저녁 전화를 해 상황을 물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내려오지 못했다.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일요일 밤기차로 올라와 월요일엔 출근을 했다. 두어 통 장난 전화 비슷한 전화가 왔을 뿐 엄마를 봤다는 신고 전화는 한 통도 오지 않았다. 다음 주말, 진아를 만나 다시 고흥에 내려갔고 우리는 마치 손님이 올 듯이 혹은 장기 외출을 할 듯이 너무나도 깔끔하게 정리된 엄마의 집, 작은 거실에서 밤새 말없이 함께 있었다.
프로젝트 여행자의 집, 네 번째 이야기 中 :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는 글 참고
그 여行자의 집 : 단아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