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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Jul 13. 2017

그 여行자의 집 (6)

2015년 겨울, 서른여섯 단아의 그 해. #6

6.

진아는 나보다 8살이 어리다. 어렸을 적에는 작고 귀여운 동생이 좋아 업고 다니며 보살피곤 했었다. 그녀가 중학교를 들어가기 전 내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혼자 집을 떠나오게 되자 그 후로는 같이 산 적이 없다. 나는 학비를 벌며 대학을 다녔고 졸업해서도 몇 년간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밤에는 알바를 뛰면서 돈을 벌어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했다. 늘 집이 그리웠지만 팍팍한 삶을 살다 보니 일 년에 두 번 이상을 내려가질 못했다. 고흥 집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동생이라는 내 가족, 나의 추억이 있는 공간이었지만 또 나에 대한 기대가 있는 공간이기도 해서 늘 가고 싶으면서도 가기 부담스러운 곳이기도 했다. 공허한 삶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른 것들로 채워갈수록 집에 대한 그리움도 옅어갔다. 일 년에 두 번씩 만나는 진아는 볼 때마다 몰라보게 쑥쑥 컸다. 그녀의 외적 변화만큼이나 우리 사이에도 변화가 생겼다. 진아가 사춘기를 겪을 무렵부턴 나를 따르고 내가 귀여워하던 관계가 아닌 뭔가 말이 통하지 않는 서먹한 사이가 되어버린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일 년에 두 번씩 보는 동생에게, 일 년에 두 번밖에 내려가지 않는 집에서 그 관계의 불편함을 풀기 위해 노력할 여유가 없었다. 진아가 대학에 가면서 내가 그녀의 용돈과 학비 일부를 보태게 되었고, 그것은 우리 사이의 새로운 관계 정립의 계기가 되었다. 어쭙잖은 보호자가 되어버린 느낌. 몇 차례 인가 그녀에게 괜한 잔소리를 했던 기억이 있다. 곧 괜한 간섭을 했다고 스스로 후회했지만 그조차도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두고 살지언정 말을 꺼내 풀어버리기엔 귀찮고 부담스러운 일일 뿐이었다. 



프로젝트 여행자의 집, 네 번째 이야기 中 :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는 글 참고 

그 여行자의 집 : 단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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