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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Jul 19. 2017

그 여行자의 집 (18)

2008년 여름, 스물다섯 민주의 그 해. #18

2008년 여름, 스물다섯 민주의 그 해


18.

 사람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열한 명, 어제보다 두 명 늘었고, 어제 자리에 있던 두 명이 안 보이는 걸 보면 넷이 새로 온 듯했다. 둘러앉은 사람들이 자기소개를 한다. 딱 보기에도 새로 온 사람 중 하나는 한국인 여자 같았다. 마스크가 깔끔하고 화장을 하지 않았지만 저 어색함을 풍기는 분위기가 딱 ‘나 한국인이에요’라는 아우라를 내뿜는다. 다니엘, 준킷, 미카가 길게 자신의 소개를 하고 나자 자기 차례가 된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제 이름은 다나 리예요. 한국에서 왔어요. 다나라고 불려주세요. 영어를 잘 못해요.」

라며 마치 준비한 듯한 말을 빠르게 내뱉곤 순서를 넘기려는 듯 입을 닫았다.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쏠렸다. 

「한국인이래.」

스태프 준킷이 한마디 붙였다. 뭐, 어쩌라고? 통역이라도 하라는 거야?라는 표정으로 준킷을 보자 그가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윙크를 날렸다. 몹쓸 놈. 나는 못 이기겠다는 듯 한국어로 말을 걸었다. 

「한국 이름이 다나예요? 특이하다. 다나?」

「아, 사실 다나가 아니라 단아예요. 비단 단에 아름다울 아.」

 「아, 단아! 이단아? 특이한 이름이네요. 전 민주예요. 여기선 미니라고 부르지만. 근데 제 성이 뭐게요?」

 「네?」 

「반! 반민주예요.」 

풋. 그녀가 웃자 다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통역해 달라는 눈초리로 나를 쳐다본다. 

「우리 아빠 웃기죠? 성이 반씨면서 딸내미 이름을 민주라고 졌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아빠를 들먹이는 실없는 개그 레퍼토리를 내뱉었다. 그녀가 다시 옅은 미소를 지었다. 뭔가 특별히 예쁜 건 아닌데, 흠. 이름처럼 단아한 건가? 차분한 느낌이 나는 사람이다. 내 또래로 보이는데, 어른스럽달까? 그나저나 애들한테 통역을 해 줘야 하는데. 이름 개그는 한국에서나 통하는 거라. 이단아를 뭐라 해야 하나? 반민주는? 에잇 모르겠다. 나는 그냥 

「한국어로 들으니까 이름이 특이하네. 실은 내 이름도 그렇거든.」

하곤 웃고 말았다. 애들은 다나, 미니가 뭐가 특이한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뭐, 어쩌겠는가 나도 영어가 딸린다고. 어느덧 소개가 끝나고 술을 마시고 떠드는 내내 그녀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누군가 질문을 하면 최대한 짧게 미소 지으며 대답할 뿐이었다. 하지만 신이 나서 떠드는 애들의 여행 이야기는 흥미롭게 듣고 있는 눈치였다. 어떻게 좀 챙겨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신경이 쓰였지만 옆에서 헨리가 내 옆에 딱 달라붙어 작업을 해대는 통에 빠져나가질 못하고 슬쩍 눈치만 봤다. 어느덧 홍콩의 나흘째 밤이 저물고 있었다.  



프로젝트 여행자의 집, 네 번째 이야기 中 :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가는 글 참고 

그 여行자의 집 : 1장, 단아의 이야기  |  2장, 경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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