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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돌이 Nov 11. 2021

내가 목 디스크라니

누구에게나 시간은 흐른다

진료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들.

"내가 살면서 한 번도 허리 아픈 적이 없었는데!"

"30대 때 허리가 아파서 꼼짝도 못 했는데, 침 한방에 씻은 듯이 나았어!"


올해로 내 나이 53세.

머릿속 나이는 40대에서 멈춘다.

환자들에게는 노화를 각인시키면서, 스스로는 전혀 자각하지 않았다.

거울보다는 아이폰 12로 셀카를 찍은 모습으로 현재의 나를 마주한다.


8월 어느 날.

자고 나니 좌측 목 어깨가 결린다. 목과 견갑을 잇는 근육이 뻐근하게 아프다. 가벼운 담이라 생각했다. 치료를 했는데, 다음날 통증이 더 심하다. 쉬거나 파스만 붙여도 담은 금세 낫는데 기분이 찜찜하다.

통증은 점점 밑으로 타고 내려간다. 거인이 어깨 근육을 터져라 누르는 느낌이다. 빨리 짜듯이 쥐어짜는 통증에 팔이 빠질 듯 아프다. 팔을 내리고 있기가 힘들다. 너무 아파 자다가 몇 번이나 깬다. 진료 중간 의자에 몸을 기대고 누운 듯 있으면 좀 낫다. 밥을 먹다가도 왼팔은 목 뒤로 바쳐 들고 있어야 된다. 


지금껏 수없이 봐왔던 목의 신경 증상이다. MRI 검사를 진행했다. 협착 초기. 그리고 뼈의 노화. 상태는 심각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 통증이면 기본 1달짜리 코스다. 현실을 인정하고 제대로 열심히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X선 사진을 본 순간, 당황, 놀라움, 현실 부정, 짜증의 감정이 몇 초 동안 일어난다. 저게 내 목이라고? 사진은 검사 결과 확인한다고 딱 한번 보고 다시는 보기 싫었다. 50대의 흔히 보는 경추 사진이지만, 스스로는 20대 뼈일 거라 당연히 여기고 살았다. 흰머리가 생기고, 정수리 부분 숯도 적어지고, 얼굴의 피부도 늘어져 외관상으로 나이를 먹기 시작한 부분은 인정한다. 

내 척추가 나이를 먹었다니? 저건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염색, 두피관리, 보톡스, 필러, 실리프팅으로 겉은 속일 수 있지만 뼈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70대 어르신이 왜 내가 허리가 아파야 하는지 항의하듯 말씀하셨던 감정이 조금은 공감이 된다. 지금의 상태에 수긍하고 그에 맞는 단계의 치료는 당연하다. 노화는 내가 뭘 잘못해서 생기는 현상이 아니다. 연골이 다 닳은 GRADE3의 무릎이 침 몇 번으로, 집에서 혼자 뜸을 떠서 낫겠다는 바람은, 세발자전거로 서울을 가겠다는 무모하지 조차 못한 도전이다. 




여름에 아이들과 간단히 1박 휴가를 떠났다. 

여행 내내 흥분하고, 아이들보다 더 방방 뜨고, 분위기를 돋우던 나는 없었다. 가며 오며 차에서 졸고, 틈틈이 졸고, 목욕하면서도 졸았다.


매주 숙제처럼 1편씩 쓰는 브런치의 글.

한주 동안 좋은 소재 메모해서 간략히 써두고, 틈틈이 내용을 채우고.

5번 이상 수정해서 올리자는 결심도 조금씩 틀어지고 있다. 


소재는 고갈되었고, 월요일은 지키지 못하고, 글쓰기 책을 보며 실력을 다듬자는 폭풍우 같은 의지는 살랑바람으로 바뀌었다. 


pixabay의 이미지입니다



8월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시간 탓은 그만. 좋은 관장님을 소개받아 주 2회 PT를 꼬박 받으러 간다.  


행운 일기, 리뷰 노트, 낙서 노트도 주 5회 이상 쓰고 잔다. 

1달간 던져뒀던 책도 다시 꺼내 읽는다.


50대는 가만히 있어도 근력이 감소한다. 근력뿐이겠나? 내장의 기능, 뇌의 회전력, 의지, 체력 모든 게 이전보다 20% 노력해야 현상유지다. 

시간 탓 환경 탓 그만하고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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