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별이의 일기
2021년 11월 00일
날씨: 파란 하늘에 해님이 방긋 웃는 날
오늘은 선생님께서 김장 준비를 하는 날이라며 모두 텃밭으로 나가 채소를 뽑자고 하셨다.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텃밭으로 달려갔다.
얼마 전 배추 애벌레를 잡아주었던 배추는 어느새 한아름 안아야 할 만큼 크게 자라 있었다. 텃밭에는 쪽파와 미나리, 무, 대파도 함께 자라고 있었다. 미나리는 물이 가득 담긴 화분에서 싱싱하게 자라 있었다.
선생님께서 배추를 칼로 잘라 주시면 우리는 겉의 지저분한 잎을 떼어내고 깨끗한 배추만 골라 과학실로 옮겼다. 배추는 생각보다 훨씬 무거웠다.
우리 모둠은 텃밭에서 쪽파를 뽑아 껍질을 까는 일을 맡았다. 맵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껍질을 벗기자마자 눈이 따갑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눈을 비볐더니 금세 눈물이 흘러내렸다. 부끄러운 마음에 친구를 바라봤는데 친구 역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결국 우리 모둠은 모두 눈물을 글썽이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 순간 텃밭에는 울음과 웃음이 함께 섞여 있었다.
다음은 무를 뽑는 일이었다. 선생님께서 무를 좌우로 흔든 뒤 힘 있게 잡아당기면 된다고 시범을 보여 주셨다.
그대로 따라 해 보니 어떤 무는 쑥 하고 쉽게 뽑혔지만, 어떤 무는 끝까지 버티며 나오지 않으려 했다. 그럴 때마다 온몸에 힘을 주어야 했다.
과학실로 돌아와 배추를 깨끗이 씻고 소금을 뿌렸다. 이어서 무와 쪽파, 미나리도 정성껏 씻어 옮겼다.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준비한 재료로 내일 김장을 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미나리와 대파 손질은 다른 모둠이 맡아서 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김장 준비를 직접 체험해 본 하루는 무척 즐거웠다.
오늘 나는 농사일이 얼마나 힘든지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쪽파 몇 단을 까는 일만으로도 허리가 아팠기 때문이다. 문득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농사를 지으실 때 얼마나 고되실지 떠올랐다.
앞으로는 음식 하나도 남기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