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애벌레를 죽일 수 없었던 이유

은별이의 일기

by 해윤이


2021년 11월 00일

날씨 : 파란 하늘에 해님이 방긋 웃는 날


오늘 학교 텃밭에서 배추와 벼를 가꾸는 활동을 했다.
선생님께서는 나무젓가락을 든 친구들은 배추벌레를 잡고, 가위를 든 친구들은 벼를 자르라고 하셨다.


초등 1학년 그림


나는 배추벌레를 잡는 역할을 맡았다.


젓가락으로 애벌레를 잡으려는 순간,
애벌레가 몸을 움츠렸다.


그 모습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이상해졌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벌레를 모두 잡아야 배추가 잘 자란다고 하셨다.
나는 애벌레들을 통에 담아 왔다.


선생님께서는 통에 넣어두지 말고 발로 밟아 죽이라고 하셨지만
나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이 애벌레들을 살릴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다가 과학선생님께 가져가면 수업에 쓰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과학선생님께서는 올해 관련 수업이 끝났다고 하셨다.


한참을 고민하다 담임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선생님, 우리 교실에서 키우면 안 될까요?”


선생님께서는 잠시 나를 보시더니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렇게 우리 반은 애벌레를 키우게 되었다.


오늘 나는 농사일이 얼마나 힘든지도 알게 되었다.
벌레 몇 마리를 잡았을 뿐인데 허리가 아팠다.


문득 시골에서 농사짓는 할머니 생각이 났다.
허리가 많이 아프실 것 같았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알았다.


우리가 먹는 채소가
누군가의 땀과 노력으로 자란다는 것을.


그리고 아주 작은 생명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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