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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삼 Mar 02. 2024

너무 힘들 땐 정신줄을 놓자

비몽사몽

육아할 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힘든 순간은 잠을 못 잘 때이다. 


사실 밥을 안 먹을 때, 엄마 껌딱지가 될 때, 아플 때 모든 순간이 힘들긴 하다. 하지만 사람이 잠을 못 자면 미칠 지경이 된다.


돌이 지나고도 몇 개월 뒤 이제 통잠 좀 자나 싶었. 시간이 지나면 육아가 쉬워진다더니 이제야 호시절이 오는구나 내심 환호했다. 아기도 엄마도 밤에 푹 자니 육아가 쉬워졌다.


안타깝게도 좋은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며칠 뒤 아기와 큰 병원을 다녀오느라 먼 길을 다녀왔다. 아기는 차에서 오며 가며 낮잠을 쿨쿨 잤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초저녁인데도 차에서 잠을 푹 자버렸다. 병원에서 하도 울어서 지쳐 잠든 줄만 알고 안쓰러워하면서도 코앞에 닥칠 위기는 생각도 못했다.


아기는 집에 도착해서 밥 먹고 씻고 노는데 새벽 1시가 넘어가도록 잘 생각이 없었다. 아기는 차에서 오며 가며 잤지 엄마아빠는 새벽부터 일어나 먼 길 다녀오느라 한잠도 못 자 피곤한 상태였다.


엄마, 아빠가 피곤에 절어있는데 아기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전혀  생각이 .


정신줄을 간신히 붙든 채로 버티고 있다가 남편이 갑자기 아빠의 청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루종일 운전하고 육아하고 잠도 못 자는데 내일 또 출근해야 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딱 맞는 노래였다.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부라보 부라보 아빠의 인생


그러자 아기도 재밌다고 할  아는 유일한 가사인 아빠 부분을 힘차게 따라 렀다.


압빠!!!!


온 가족이 아빠의 을 부르다 결국 2시가 넘어 곯아떨어지며 웃픈 육아 하루를 마무리했다. 또한 시차적응 하듯이 원래 수면 시간으로 돌아오는데도 며칠이 걸렸고 며칠 동안 아빠의 청춘 노래는 끊이질 않았다.




육아할 때 너무 힘든 순간엔 정신줄을 놔야 그나마 버틸 수 있다. 정신줄을 꽉 붙들려고 할수록 오히려 힘이 더 든다. 심신이 지치면 저항 없이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그럴 땐 그냥 정신줄을 놓고 웃으면서 그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당시에는 너무 힘든 순간들도 웃으면서 넘긴다면 나중에는 웃긴 추억만 기억에 남는다. 요즘은 하루 걸러 하루 힘든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곤 한다. 속에서 화딱지가 날 때도 많지만 그럴 땐 나와 아기 모두를 위해 그냥 정신줄을 놓아버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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