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왕이라는 새 선생님이 학교에 부임한 날은 평소와 다르지 않게 시작되었다. 그녀는 긴 머리에 화장이 짙은 여장부 스타일로, 당당한 태도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샤오왕은 학력도 좋고, 남자친구 역시 좋은 직장에 다니는 잘생긴 사람이었다고 한다. 반면, 샤오딩은 조금 움츠러든 듯 보였다. 우리는 새로운 학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인사를 나누었고, 샤오왕은 내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샤오딩은 내 앞에 앉아 있었다.
샤오왕과 나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수업 계획이나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는 순간이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샤오딩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걸 느꼈다. 그녀는 평소와 달리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곤 했다. 처음엔 단순한 기분 문제인 줄 알았지만, 점차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샤오딩이 나를 불러 세웠다.
“이쌤, 샤오왕 선생님 좀 이상하지 않아요?”
샤오딩이 내게 물었다.
“뭐가 이상한데?”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화장이 너무 진하잖아요. 저렇게 화장을 진하게 하는 사람은 보통 얼굴이 까만 사람이 그래요. 그거 감추려고 그러는 거예요.”
나는 샤오딩의 말을 듣고 당황스러웠다.
“너, 왜 그런 얘길 해? 샤오왕 선생님이 뭐 어때서?”
“이쌤, 왜 자꾸 그 여자를 감싸요?”
샤오딩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나는 순간 멈칫했다. 평소와는 다른 그녀의 날 선 반응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동료로서 도와주고 있는 거야. 너도 잘 알잖아, 우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잖아.”
샤오딩은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돌렸다.
“알았어요. 그렇다면 상관없겠죠.”
그녀의 반응은 너무도 감정적이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설날이 다가오며, 학교에서는 각 교실을 청소하는 일이 있었다. 모든 선생님들은 각자 맡은 교실을 깨끗이 청소해야 했고, 나는 큰 교실을 맡았다. 예상보다 빨리 끝낸 나는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샤오왕 선생님이 힘들어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샤오왕 선생님, 제가 도와드릴까요?”
나는 자연스럽게 물었다.
“아, 고마워요. 괜찮으시면 조금만 도와주세요.” 샤오왕은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런데 문틈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스며드는 듯했다. 샤오딩은 팔짱을 낀 채, 마치 문을 지키는 문지기처럼 서 있다가 어느새 교실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고, 그 안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샤오왕 선생님이 나가고 기다렸다는 듯이 한마디를 했다.
“이쌤, 왜 샤오왕 선생님만 도와줘요? 저는 왜 안 도와줘요?”
샤오딩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샤오딩, 그냥 지나가다가 잠깐 도와준 것뿐이야. 왜 그래?” 나는 당황하며 대답했다.
“그런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이쌤은 너무 순진해요.” 샤오딩은 쏘아붙였다.
“너, 왜 그렇게 감정적이야? 동료끼리 도와줄 수도 있는 거잖아.”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샤오딩은 한숨을 내쉬며 돌아섰다. “그냥... 조심하세요. 그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나는 샤오딩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녀는 단순히 질투하는 건가, 아니면 샤오왕 선생님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걸까? 그 후로도 샤오딩은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나와 샤오왕 선생님이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샤오딩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그날 이후, 나는 샤오딩의 행동에서 미묘한 변화를 느꼈다. 그녀는 샤오왕 선생님에 대해 끊임없이 비난하는 말을 했고, 나와 샤오왕이 가까이 있는 것을 볼 때마다 표정이 굳어졌다. 다른 선생님들이나 학생들 앞에서는 밝은 모습을 유지했지만, 나와 단둘이 있을 때는 냉소적인 태도로 변했다.
며칠 후, 다른 동료 선생님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샤오딩과 남자친구 사이가 요즘 좋지 않은 것 같아요. 남자친구 집이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하던데, 샤오왕 선생님과 비교하면서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더라고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샤오딩은 자신이 샤오왕선생님과 비교될 때마다 보이지 않는 비수가 가슴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학력, 외모, 그리고 남자친구의 배경까지 모든 것이 그녀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으리라. 결국 그녀는 나와 샤오왕선생님의 관계가 단순한 동료 관계라는 것을 알면서도, 질투심이 커져가는 상황이었다.
설날이 다가오기 전잠깐의 휴식 시간을 가졌다.
샤오딩은 나를 밖으로 끌고 나와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쌤, 제발 솔직히 말해 주세요. 샤오왕 선생님하고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죠?"
그녀의 목소리는 애절하고,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이 터져 나오는 듯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샤오딩, 너도 알잖아. 우리는 그냥 동료일 뿐이야.”
샤오딩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내가 하지 않은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순간, 나는 샤오딩이 느끼는 감정의 깊이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샤오딩의 표정 속에서 단순한 질투 이상의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샤오왕보다 뒤처진다고 느끼며, 끊임없이 비교의 늪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그 불안과 초조함이 그녀의 눈빛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