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푼푼 Jul 01. 2024

아이를 두 번 잃어버렸다

최근 한 달 내에

잠깐이지만 아이를 두 번 잃어버렸다.


자폐를 가진 우린 아이는 어느덧 9살이

되었다. 그만큼 몸도 자라고 더 지능적이 되었다.


아이는 집을 탈출하는 쾌감을 즐긴다. 그래서 우리 집의 모든 출구에는 이중잠금장치가 있다.


첫 번째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는 실수로 문의 잠금장치를 단속하는 걸 깜빡했을 때였다. 집 안이 조용한 것이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역시나 아이는 집에 없었고 차고 문을 열고 집 밖으로 탈출한 것이었다. 놀란 나는 아이처럼 맨발로 집 밖을 뛰쳐나갔다. 우리 집 앞 차도를 건너면 초등학교가 있다. 그곳의 놀이터에 있을 확률이 높았다. 놀이터에 도착하자 인도 부부가 아이가 여기에 있다가 제스처를 취했다. 아이는 잠옷 차림에 맨발로 깔깔 웃고 있었다. 그분들은 경찰과 통화 중이었다. 부모인 내가 도착한 것을 확인하고는 경찰과의 전화도 종료되었다. 놀이터에 있던 청소년들은 우리를 쳐다봤다. 시선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와 같이 맨발로 가쁜 숨을 달래며 집으로 돌아왔다.


두 번째로 아이를 잃어버린 경우는 조금 심각했다. 내가 외출을 한 사이에 아내는 뒤뜰에서 아이 둘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둘째 아이의 기저귀를 갈러 간 사이에 첫째 아이가 뒤뜰의 담을 넘어 집을 도망친 것이다. 이런 일을 처음이라 아내는 15분가량 아이가 사라진 지 몰랐던 것 같다. 아이가 집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너무 놀라 둘째 아이를 옆집에 맡기고 정신없이 놀이터로 뛰어갔다. 놀이터에 아이는 없었다. 거기 있던 사람들이 아이를 봤다고 상가 쪽으로 가보라고 했다. 아내가 상가 쪽으로 가보니 아이는 경찰과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 에워싸여 있었다. 역시나 잠옷 차림과 맨발이었다. 경찰은 아이의 신원을 등록해서 실종사건이 또 발생 시 신속리 찾을 수 있게 권했다. 아내는 매우 놀란 마음을 쓸어안으며 아이와 돌아왔다.


아이를 잃어버릴 때마다 아찔한 것은 아이가 차도를 건널 때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다. 웃으면서 맨발로 도로를 횡단하는 아이를 보고 차들은 양쪽 차선에서 놀라서 멈춰 섰을 것이다. 자칫 난폭운전자가 아이를 못 보고 지나쳤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무섭다.


아이는 집을 탈출하는 것을 하나의 쾌감이 더해진 놀이라 생각한다. 아이는 점점 자라고 있다.


이전 17화 아이들의 뛰노는 모습을 볼 때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