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여는 선택

작은 태도가 만드는 큰 차이

by 박계장

이른 아침, 시청 근처 단골 커피점에 들렀다. 주문해 둔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카운터 위에 놓여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주인은 빨대를 문 채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고, 내가 “주문 안 들어갔어요?”라고 묻자 커피머신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짧게 말했다.

“하고 있어요.”


순간 불쾌감이 밀려왔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진한 커피 향도 그 기분을 덮어주지 못했다.


사실 그 집을 찾은 이유는 맛이나 평판이 아니었다. 오히려 평범한 맛에 평판도 그리 좋지 않았다. 다만 다른 지역에서 지인과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을 자주 다니며 적립이 쌓였고, 출근길에 들르기 편하다는 이유로 자연스레 단골이 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거의 매일 같은 시간에 찾는 손님임에도, 주인은 웃음 하나 없이 무심한 태도로 응대하곤 했다. 물론 사정은 있었을 것이다.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고된 일, 가족과의 다툼,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 매출 걱정. 그러나 그것을 손님이 미리 이해해 줄 수는 없다. 커피 맛은 잠시지만, 태도는 오래 남는다.


그 순간 ‘반면교사’라는 말이 떠올랐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공무원의 일 또한 넓게 보면 서비스업이다.


구청에서 민원 업무를 맡았던 시절이 생각난다. 영업자지위승계나 상호 변경 같은 즉결 처리 민원은 서류만 이상 없으면 3시간 안에 끝내야 했다. 영업신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보니 민원실보다 담당 부서에서 즉시 처리하는 민원이 훨씬 많았고, 대기석은 늘 사람들로 붐볐다.


그들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시계를 자주 들여다보던 사람, 한숨을 내쉬며 서류를 뒤적이던 손길, 창밖을 보며 입술을 깨물던 표정. 어떤 이는 서류 한 장이 부족해 다시 와야 했고, 어떤 이는 법규에 막혀 신고증을 받지 못했다. 나는 규정과 절차를 설명했다고 생각했지만, 축 처진 어깨로 돌아서는 뒷모습에는 실망과 분노가 겹쳐 있었다. 혹시 나의 무표정과 딱딱한 말투가 그들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어제 다녀온 직장 선배의 장례식에서도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말기암 선고를 받고도 “암과 동거동락하겠다”던 분이었지만, 병세는 빠르게 악화되었고 결국 세상을 떠나셨다. 장례식장에서 한 직원이 내게 말했다.
“얼굴빛이 항상 굳어 있어서 다가가기 어려웠다”고.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나는 활발한 성격이 아니고, 웃음도 적었다. 무심한 인상은 상대에게 실망이나 거리감을 남겼을 것이다. 민원인의 뒷모습이, 동료의 말과 겹쳐 보였다.


돌아보면, 영업신고증을 받아든 민원인에게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한마디만 건넸어도, 복도에서 동료와 마주쳤을 때 눈빛 하나만 더했어도, 그들의 하루는 조금은 달라졌을 것이다. 커피 한 잔을 건네는 태도가 하루의 인상을 바꾸듯, 나의 말과 표정도 누군가의 하루를 무겁게 하거나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아침의 작은 불편이 오래 남듯, 나 역시 누군가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물 수 있다. 내일도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날 것이다. 그때 나는 어떤 얼굴로 서 있을까. 짧은 턱짓 하나가 마음을 닫게 할 수도, 환한 미소 한 번이 마음을 열게 할 수도 있다. 그 선택은 언제나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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