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편집부입니다"
한 달 전쯤, 지역번호 02로 시작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홍보 전화겠거니 하고 받지 않았다. 그날 오후, 일을 하다 확인한 문자에는 “좋은생각 편집부입니다”라는 첫 문장이 적혀 있었다. 지난번 투고한 글을 9월호에 게재하고 싶으니 통화 가능한 시간을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아침에 울렸던 전화가 바로 그 전화였음을 깨닫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순간, 평범했던 하루가 뜻밖의 소식 하나로 빛이 달라졌다. 곧장 전화를 걸었다.
8월 9일 토요일, 문 앞에 놓인 택배 상자를 열었다. 포장 속에서 9월호 『좋은생각』 큰글씨판과 기본판이 나란히 들어 있었다. 독자로만 접하던 잡지 속에 내 이름이 인쇄된 지면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마음속에만 그리던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잠시나마 진짜 작가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출간일까지 홈페이지를 들락거리며 날짜를 세었지만, 막상 책을 받아 든 순간은 생각보다 차분했다. 이미 수없이 마음속에서 그려본 장면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자, 그 글을 쓰게 된 날의 커피 향과 창밖 햇살, 그리고 친구의 젖은 눈가가 되살아났다. 감정은 그 기억 속 반가움에 서서히 물들었다. 기다림은 끝났지만, 그 기다림이 만들어낸 시간은 여전히 내 안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지인들과 커피를 마시다 들은 것이다. 미국으로 입양 보낸 진돗개가 실종되자, 임시 보호자가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찾아낸 사연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진돗개는 그를 기억했고, 손짓과 목소리에 반응하며 다가왔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들은 친구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진돗개를 키우는 친구였기에 감정이 겹쳐진 것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만남보다 이별이 잦아진다. 새로운 인연을 만들 기회는 줄어들고, 마음을 다해 나를 반겨주는 순간은 더 드물어진다. 그래서일까, 중년이 되어 가장 그리운 것은 ‘반가움’이다. 반가움은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내가 여전히 누군가의 마음속에 살아 있다는 확인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나이를 먹을수록 조심스러워지고, 이해와 배려에도 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동물은 이유를 묻지 않는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지 않은 눈빛과 몸짓으로 나를 맞이한다. 그 단순하고 변함없는 환영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반가움이 된다.
돌아보면, 반가움은 단지 감정의 순간이 아니라 관계를 지탱하는 힘일지도 모르겠다. 반가움이 사라진 자리에는 무심함이 들어서고, 무심함이 길어지면 마음의 거리가 멀어진다. 반대로, 작은 인사 한마디, 눈을 마주치는 짧은 순간에도 반가움이 담기면 관계는 다시 숨을 쉰다. 나를 향한 반가움이 고맙듯, 내가 건네는 반가움 또한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좋은 글감을 제공해준 친구와 후배에게는 소주라도 한잔 사야겠다.
과거, 부산 서면의 동보서적과 중앙동 문우당은 약속 장소이자 『좋은생각』을 집어 들던 공간이었다. 그때 읽은 짧은 글 한 편이 뜻밖의 울림을 주곤 했다. 올해 9월호에 내 글이 실렸다. 그 글을 읽은 누군가가 예전의 나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고, 그 여운을 오래 간직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