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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본격 시작된 고교학점제, 새넷 선생님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이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하고, 획일적인 교육과정을 유연화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문재인 정부 시기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되어 2018년부터 연구·선도학교를 운영했고, 2025년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2025년 고교학점제 시행 시기와 맞물려 2028 대입제도에서 내신과 수능 상대평가 체제도 완화되었다. 고교학점제의 처음 취지에 맞게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역량을 함양하고 교사의 수업과 평가 방법도 다양화될 수 있을까? 하지만 고교학점제의 좋은 취지와 다르게 고교학점제가 이루어지는 방식들이 교사의 부담을 가중시키면서 수업과 평가의 개선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기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졸업요건으로 기존의 수업일수만 채우면 졸업하는 것이 아닌 2/3 이상 출석과 학업성취율 40% 이상 도달해야 과목 학점 취득이 인정되기에 학생들의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에 대한 교사 부담감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고교학점제가 취지에 맞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 이를 위해 새넷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본 설문조사는 2025년 4월 말 고교학점제를 실제 운영 중인 고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새넷 회원 중 총 82명이 응답하였으며, 국어·수학·과학 등 다양한 교과 전공을 보유하고 있었다. 응답 교사의 71%는 2개 이상의 과목을 담당하고 있었고, 그중 3과목 이상을 개설한 교사는 31명(38%), 2과목은 27명(33%)이었다. 반면 1과목만 개설한 교사는 24명에 불과했다. 이는 학생들의 선택 과목 다양화를 실현하기 위해 한 명의 교사가 여러 과목을 동시에 담당하게 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설문 결과 전반적으로, 교사들은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학교 현장에서 업무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학생부 기록 작성, 성취평가제 운영 등 행정 및 평가 업무 증가를 주요 어려움으로 지적했으며, 정책의 본래 취지였던 학생 선택권 확대에 따른 긍정적 교육 변화에 대해서는 뚜렷한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거나 회의적인 견해가 많았다. 일부 교사는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고 이전이 더 낫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설문 문항별로 정리한 분석 결과이다.
■ 고교학점제 운영상의 어려움
‘고교학점제 운영 시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한 복수 응답을 허용한 결과, 많은 교사는 수업 및 평가 관련 업무 부담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가장 많이 선택된 항목은 ‘최소성취수준 보장을 위한 업무 과다’로, 응답 82명 중 62명(76%)이 선택하였다. 이는 성취평가제 도입 이후 학생 개개인이 성취 기준에 도달하도록 지도하고 보충해야 하는 교사의 부담이 크게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그다음으로는 ‘학기별 학생부(생활기록부) 작성으로 인한 업무 증가’가 43명(52%)의 선택을 받았다. 고교학점제에서는 학생들이 학기 단위로 다양한 과목을 이수하기 때문에 교사는 매 학기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을 기록해야 해서 학생부 기재 업무량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여러 과목 수업 준비 부담(20명, 24%), 매시간 학생 출결 관리 어려움(19명, 23%), 수업 공간 부족(12명, 15%), 공강 시간 공간 운영 어려움(8명, 10%) 순으로 나타났다.
종합적으로 보면, 성취평가제 운영에 따른 평가·보충 지도 부담과 학기제 전환에 따른 학생부 기록 업무가 가장 큰 어려움으로 나타났으며, 여기에 다과목 수업과 복잡한 수업 관리의 어려움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결과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전제인 교사의 수업 및 평가 방식 변화가 현장의 지원 체계 없이 독자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 성취평가제 안착 방안에 대한 의견
다음으로 고교학점제와 함께 전면 도입된 성취평가제를 학교에 안착시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교사들에게 묻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방안을 3가지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교사의 평가권에 대한 학부모의 신뢰 제고’를 선택한 교사가 66명(80%)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절대평가 체제에서 교사가 부여한 성취도 평가 결과를 학부모가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교사들의 인식을 반영한다. 구체적으로는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를 위해 ‘평가 신뢰도 확대’ (51명, 62%), 교사가 점수를 입력하면 학습관리시스템(LMS)과 연동되어 자동으로 성적이 누적·관리되는 시스템 구축(55명, 67%)도 주요 방안으로 꼽혔다. 이는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평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성취평가제에 대한 교사의 이해도 증가’(35명, 43%)와 “평가 문제은행 시스템 구축”(31명, 38%)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두 명의 교사는 기타 의견을 통해 ‘학점제 취지에 맞게 성취평가제를 시행하지 않는 것도 고려했으면 한다’며 성취평가제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는 일부 교사가 고교학점제 취지(과목 선택 다양화)에 성취평가제가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고 인식함을 보여준다.
설문 결과는 교사들이 성취평가제 정착을 위해 평가 공정성과 신뢰 확보, 업무 부담 경감이라는 두 축에서 실질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학부모와 학생이 성취도 평가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절대평가 체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 고교학점제에 따른 긍정적 변화 체감
고교학점제가 가져온 학교 현장의 긍정적 변화에 대한 질문(복수 응답)에서, 교사들의 답변은 대체로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경향을 보였다. 가장 많이 언급된 변화로는 ‘학생 수업의 다양화 및 평가 체제 변화’(29%)와 ‘학생의 자율성과 책임 의식 강화’(29%)가 있었다. 일부 교사들은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학생들이 다양한 과목을 경험하게 되고 수행평가 등 평가 방식도 함께 변화한 점, 그리고 학생이 자기 주도적으로 시간표를 관리하면서 책임감이 길러진 측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선택형 교육과정 운영 유형의 다양화’(24%)를 들었으며, 이는 공동교육과정 개설, 온라인 수강 등 수업 운영 방식이 다양해진 변화를 포함하고 있다. 이 밖에 ‘다양한 학교 공간의 조성’(14%)을 선택한 응답도 있었다. 실제 일부 학교에서는 선택 과목 증가에 맞춰 홈베이스형 학습공간이나 융합형 실험실 등 새로운 형태의 학습 공간을 마련한 경우도 있어, 이러한 변화를 체감한 사례로 보인다. 반면 ‘교사의 학생 지도 및 상담 역할 변화’를 든 경우도 5%에 불과했다. 한편 눈에 띄는 점은 약 33%의 교사가 “별로 달라진 부분이 없다”는 취지로 응답했다는 것이다. 다수의 교사가 고교학점제의 긍정적 변화를 아직 체감하지 못하거나 없다고 보고 있으며, 일부는 “준비 부족과 성급한 변화로 혼란 및 행정업무 과다만 초래되었다“, “글쎄요. 학생의 자율만 있고 책임 강화는 모르겠다”는 등 부정적인 의견을 기타 의견으로 남겼다. 물론 “교사의 창의적인 교육과정 운영 가능성이 증대되었다”처럼 긍정적인 변화를 언급한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획기적인 교육 개선 효과를 느끼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약하면, 고교학점제가 추구하는 학생 맞춤형 교육의 이상과 실제 체감 사이에 여전히 상당한 간극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분야에서 긍정적 변화의 조짐이 있으나, 대다수 교사는 뚜렷한 교육적 개선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변화 효과에 회의적인 시각도 나타났다. 이는 고교학점제가 교사의 책임을 가중시키고 업무 간소화의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현장의 어려움이 더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학생 진로 및 학교생활 정상화 기여도에 대한 인식
고교학점제가 본래 목표로 한 ‘학생들의 꿈과 진로 구현 및 고등학교 생활 정상화’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고교학점제 시행 초기의 여러 혼란으로 인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별로 달라진 부분이 없다’고 답한 교사가 52%로 가장 많았고, ‘고교학점제 이전이 더 나았다’고 응답한 교사도 23%나 되었다. 즉 응답자의 75% 이상이 고교학점제가 학생들의 진로 탐색이나 학교생활 개선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거나 오히려 악영향을 주었다고 평가한 셈이다. 반면 ‘기여도가 높다’고 답한 교사는 25%에 불과했다. 다수의 교사가 고교학점제가 학생들에게 가져온 실질적 이익에 대해 회의적이며, 상당수는 기존 2015 개정 교육과정 때보다 못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설문 결과 고교학점제에 대한 학교 현장의 불신과 부정적 정서는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이는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현장의 신뢰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일 보완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 개선이 필요한 정책 과제
마지막으로, 고교학점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최우선으로 개선이 필요한 정책 과제를 단일 선택하도록 한 문항에서, '정규 교원 확충을 선택한 교사가 38%로 가장 많았다. 이는 다 과목 수업 운영과 학생 개별지도의 부담이 교원 수 부족에서 기인함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교원 행정업무 감축'(24%)이 뒤를 이었다. 학생부 작성, 출결 처리 등 고교학점제 운영으로 인해 급증한 행정 업무를 줄여 교사가 수업과 학생 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가 크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어 '교사의 최소성취수준 보장 부담 경감'(14%)도 주요 개선 과제로 꼽혔다. 절대평가 체제에서 모든 학생이 성취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구조는 교사에게 과도한 책임과 부담을 지우고 있으며, 이를 현실적으로 완화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학생 선택 과목 축소'(10%)를 선택한 응답도 있었다. 이는 과도한 과목 개설 부담을 줄이고, 교육과정 구조를 보다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그 외 '대입제도 개편', '진로설계 상담 강화' 등의 의견도 소수 있었으며, 한 가지만 선택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다수 존재해, 교사들이 다양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복합적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설문 결과 '교원 확충'이 고교학점제의 가장 절실한 요구 사항이라는 것은 학생 선택 과목 다양화에 따라 다양한 전공의 교원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의 교원 수급 및 배치 체계는 이러한 요구를 뒷받침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사의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과 성취평가 운영에 따른 부담을 완화할 평가 제도 보완도 함께 요구되고 있다. 또한 과목 구조정이나 대입제도 개선 등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다. 결국 '학생 선택 중심'이라는 고교학점제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교원 인력 확충, 행정 지원 체계 구축, 평가 구조 개선, 교육과정 운영의 유연성 확보 등 종합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 교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에게 꿈과 진로에 따른 맞춤형 교육 경험을 제공하고, 획일적인 입시 경쟁에서 벗어나 학교생활을 정상화하겠다는 목표로 추진된 교육개혁 정책이다. 그러나 본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교사들의 인식은, 이러한 정책 취지가 현장에서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많은 교사는 과도한 업무 부담과 제도 준비 미흡으로 인해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상당수는 고교학점제가 학생들에게 유의미한 변화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요컨대, 정책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가 현재 고교학점제의 핵심 문제로 지적된다. 이러한 괴리를 해소하고 고교학점제를 본래 취지대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정책적 보완과 지원이 시급하다.
첫째, 고등학교 인사제도 개선과 교원 배치 기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학생 선택 중심 교육과정을 원활히 운영하려면, 충분한 교사 인력이 필수적이다. 과목 선택의 다양화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공 교원을 확보하고, 기존의 학급 중심 배치 방식에서 벗어나 수업 단위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고교학점제의 특성을 반영하여, 초등학교 및 중학교의 학급 중심 배치 방식과는 차별화된 인사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공동 교육과정, 온라인 수업 등 다양한 수업 운영 방식과의 연계를 고려해 교원 수급 정책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둘째, 학생의 진로에 부합하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수업 운영 방식이 보다 유연해져야 한다. 현재 시도교육청에서는 공동 교육과정 및 온라인 수업을 운영하고 있으나, 학교 일과시간과의 충돌로 인해 학생들의 실질적인 수강이 어려워 운영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춘 다양하고 개별화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학교 정규 수업 시간 내에 온라인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는 등의 유연한 운영이 필요하다.
셋째, 교사의 행정업무를 획기적으로 경감해야 한다. 학생부 작성, 출결 관리, 성취도 평가 등 증가하는 행정 업무를 줄이기 위해 AI와 에듀테크를 활용한 행정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학생 교실 입실에 따른 출결 자동화 시스템, 통합 수강 신청 플랫폼, 보조 인력 지원 등이 시스템으로 갖추어져 교사가 본연의 수업과 학생 지도를 가능하게 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최소성취수준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 운영과 관련해, 대면 지도를 기본으로 하되 온라인 콘텐츠, 보충 과제, 학습 멘토링 등 다양한 방법의 활용이 가능하다고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책임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이러한 다양한 방안들도 결국 교사가 직접 안내하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교사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온라인 학교, 방과후 학교 등 다양한 교육 자원과 연계하여 성취도 미달 학생을 지원하는 방식과 학생 관리의 주체 역시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소성취수준 보장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기초학력 보장 체계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초·중학교 단계에서 기초학력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으면,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학습 격차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현재 고등학생의 경우 기초학력진단평가 결과에 따라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교과 보충 지도를 받아야 하며, 각 과목의 학점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최소성취수준을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은 과목별 최소성취수준을 넘지 못해 중복적으로 보충 지도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학생에게는 낙인 효과를, 교사에게는 책임 지도라는 명목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학교급이 전환되는 시기에는 기초학력의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교육청과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이제 막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제도가 학생의 진로와 적성을 반영한 자기주도적 교육과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에 기반한 실질적 지원과 유연한 정책 보완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실적 문제 해결 없이는 고교학점제가 그 이상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금이 바로 제도 정착을 위한 중대한 기점이라 할 수 있다.
2025 봄호 목차
1.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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