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처뷰 / 수일여자중학교_오윤주 선생님
안녕하세요. 티쳐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자율교육과정을 중심으로 학교 교육활동을 소개해주세요.
저희는 학기말 교육과정을 나름대로 재구성해서 적극적으로 운영해 왔어요, ‘스스로배움프로젝트’라고 해서 1인 1주제 프로젝트로 자율 탐구도 하고, 멘토링도 하고, 보고서도 쓰고 발표도 하는 학습자주도 탐구 활동을 하기도 하고, 학년별로 주제를 정해서 다양한 예술, 독서, 관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합니다. 특히 12월에는 지필고사 이후 시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디지털, 생태, 사회, 문학 등 다양한 주제로 독서와 북 콘서트도 하고, AI 활용 수업이나 디지털 시민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어요. 학년별로 특색 프로그램을 꽉꽉 채워 운영해서 학생들이 ‘12월이 가장 바쁜 달’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2022개정교육과정으로 학교자율시간이 도입되면서 여기에 학기 말 교육과정 재구성을 연계해서 해 보자고 의견이 모아졌어요. 그런데 학교 자율 시간을 처음에는 한 학기에 한 번 해라 그랬다가 3년에 한 번 이상 하면 된다 이렇게 기준이 좀 완화됐잖아요. 어쨌든 저희는 그러면 1년에 한 번씩은 하자. 그리고 학년 비전이랑 연결해서 과목을 만들어보자 하고 고시 외 과목을 3개 만들기로 했거든요. 그래서 2024년에는 2월 워크숍 때부터 시작해서 아예 일 년의 전문적학습공동체 과정 자체를 2025년 이후 운영할 학교자율시간을 준비하는 걸로 짰어요. 학년별로 비전부터 주요 교육과정과 활동을 짜고 중간중간 같이 모여서 점검하는 식으로 운영해서, 1학년은 ‘다양성과 학습자 주도 프로젝트’, 2학년은 ‘생태 전환과 학습자 주도 프로젝트’, 3학년은 ‘진로 탐구와 학습자 주도 프로젝트’로 주제를 정했어요. 저희가 이전에 학기 말 교육과정 운영을 할 때 주제가 생태도 있고 인권도 있고 글로벌도 있었는데 이걸 아예 학년별로 체계화해서 가져가자 한 거지요. 학기 말에 일주일 동안 모든 과목이 학교자율시간으로 바뀌고 그때 들어가는 선생님들은 미리 개발한 학습과정안과 활동지를 가지고 공동의 수업을 모두 다 같이 진행하시는 걸로 계획을 하고 교과 교육과정 성취 기준부터 학습지까지 다 만들었거든요.
체계적으로 준비하셨군요.
제가 교육과정 업무를 맡고 있어서 편제표까지 다 완성해서 교육청에 가지고 갔는데, 최종 점검 단계에서 결국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희 주제는 교과의 하위가 아니라 다 교양 과목들인 거예요. 중학교 편제에서는 교과 선택이랑 교양 선택 이런 기준이 각각 있는데 교과 선택 아래로 넣지 않으면 불가하다 이렇게 된 거예요. 교과군 아래로 넣으면 5단계 등급을 내야 하는 거예요. 근데 교양은 이수, 미이수만 평가하면 되거든요. 저희가 하는 다양성과 학습자 주도 프로젝트, 이걸 일주일 동안 해서 학생들한테 5단계 평가 등급을 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애초에 교양 선택으로 설정했어요. 그런데 그건 사실 학교 자율 시간 연수를 도 단위에서도 하고 시 단위에서도 했는데 연수 가 보고 책자를 보면 다 그런 예시가 나와 있었단 말이죠. 6학기 내내 한 학기에 한 번씩은 마을 프로젝트라든지 자치 프로젝트라든지 하는 식으로 학교자율시간을 편성한 안을 보고 참조해서 만든 건데, 막상 짜서 갔더니 그것도 20% 이상 편제를 변형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교육과정의 시수를 담당하는 편제 팀과 그 내용을 담당하는 총론 팀의 이상이 잘 안 맞았던 거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이상대로 따라갔더니 그렇게 할 수가 없는 상황에 부딪힌 거예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은 3개 중에 진로 프로젝트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우리가 학교 자율시간의 공식 과목으로 만들지 말고 우리끼리 임의로 하자 이렇게 결론을 일단 냈어요. 그래서 현재는 학교자율시간은 <진로 탐구와 학습자 주도 프로젝트>라는 한 과목만 편제에 반영한 상황이에요.
그러면 예전대로 하자. 지난 몇 년간 학생들이 1인 1주제를 정하고 자율적으로 탐구하는 ‘스스로배움프로젝트’를 운영해 왔어요. 그래서 올해도 우리 나름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되 그걸 학교자율시간의 형식을 빌려 좀 더 집중형으로 강화하는 식으로 하고 지난해에 개발해 놨던 학습지와 활동을 활용하는 식으로, 전 교사가 각 수업 시간에 교과 담당 선생님들이 들어가시기만 하고 내용은 우리가 짠 걸로 새롭게 재구성해서 집중 운영을 하는 걸로 하려고 하고 있어요.
아니 자율시간은 과목을 새로 만들 수도 있는데 내용을 새로 만들라는 거 아니었나요?
맞아요. 근데 예를 들면 독서와 토론 이런 교과를 만들 수 있는데, 국어 교과에 넣어야 한다는 거죠. 국어의 시수가 4시간이면 2시간은 국어를 하고 2시간은 독서와 토론을 해야 하는 거예요. 근데 국어 교과를 2시간만 하자니 이건 너무 이제 교과에 타격이 큰 거죠. 그래서 우리는 여러 교과에서 조금씩 떼어서 학년말 한꺼번에 집중형으로 하기로 했던 건데 편제 지침대로 하면 교과 진도를 충분히 나가기가 어려워서 어느 교과도 시간을 내놓기가 어려운 거죠.
초등은 각 교과에서 그 시수를 빼서 만들었는데요.
그렇죠. 그렇게 할 수도 있죠. 근데 중학교 고등학교는 이게 성적하고 연관이 되어서 꽤 엄격하게 제한이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평가해야 한다는 게 문제네요.
네 그랬어요. 그래서 우리 예전 하던 대로 하자. 새 제도에 맞추려니 너무 힘들다 그래서 그냥 기말고사 후를 활용해서 우리가 나름대로 교육과정을 짜는 걸로요. 근데 그게 공식 편제에는 잘 안 드러나 보이고 내부 결재로만 운영을 하는 거죠.
그러면 제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게 오히려 운영의 유연함을 막는 거네요.
그렇죠. 그런 면이 있죠. 그러니까 자유롭게 정말 우리 학교가 원하는 교과목을 만든다, 이런 게 사실 어렵고 교과에서 고등학교의 고교 학점제 과목처럼 과학 교과 아래 하위 과목들로 열어라 이런 취지가 더 강한 것 같아요. 그래서 과학 안에서 실험과 과학이라든지 사회 안에서 사회 문제 탐구라든지, 그렇게 만들지 않으면 어려운 거죠.
우리 학교 아이들한테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질문하며 자율시간을 편성하고자 해도 하다 보면 주제를 중심으로 사고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교육청에서는 자율시간에서 기초학력이라든지 이걸 염두에 두고 있는 걸까요?
나중에 연수를 받아보니 그런 내용들이 더 붙더라고요. 초기에는 상당히 열린 방식으로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들이 많았는데 나중에 가면 갈수록 교과 학력을 더 심화 신장하기 위한 제도라는 걸 더 강조했어요. 그러면서 오히려 기초학력보다는 제가 보기에는 좀 더 심화한 교육, 교과를 좀 더 다양하게 잘 가르치기 위한 쪽에 중점이 있는 것으로 보였어요.
교육청에서 밀고 있는 IB 프로그램에는 교과 수도 적고 교과 간 통합을 하는 관점으로 접근하는데 우리 교육과정은 교과가 많고 교과 간 벽이 견고하니까 좀 낮추자는 취지인데, 그러한 방향으로 진행이 되지 않는 건가요?
예시에는 국어에서 조금 떼고 사회에서 조금 떼어서 융합적인 걸 만들 수 있다는 예시들이 많이 나왔는데, 실제로는 어떤 교과 아래로 들어가지 않으면 어려운 거죠. 기존 편제를 지켜가면서 새로운 거를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조금 더 보완되고 또 수정되면 어쩔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새로운 제도에 우리 걸 담기가 어렵다는 벽에 부딪혔어요. 결국 이전처럼 우리 나름대로 뭔가 융합하고 개별적으로 벽을 허무는 식으로 운영해야겠다고 우리끼리는 그렇게 가닥을 잡고 있어요.
그러면 남겼다는 진로 프로젝트는 교과로 들어간 거예요?
그 과목만 교양 선택입니다. 3년에 교양 선택 두 과목을 만들면 교과군과 교양 선택 사이의 변동률이 20%가 넘는 거예요. 그래서 한 과목만 교양 선택으로 남기게 된 거죠.
그렇군요. 그러니까 나이스 편제도 자율 시간은 편제가 따라주질 않잖아요.
그래서 항상 교육청에서 뭐를 하라고 하면 하라고 주장하는 것과 그걸 받쳐주는 체계가 달라서 괜히 선생님들이 더 머리만 복잡하게 만드는 이런 점은 왜 개선이 안 되는 걸까요?
올해 1학년이 2022 개정 교육과정으로 적용되기 시작했잖아요. 바뀐 시스템이랑 나이스가 잘 안 맞아서 교육과정이나 나이스 담당자들이 꽤 고민했어요. 어떻게 보면 일단 던져주고 어려운 게 뭔지 한번 실험해 보라고 한 다음, 제도에 반영해 준다라는 그런 느낌이 강해요. 그러니까 교사들이 이런 어려움이 있다 하고 막 괴로워하면, 그제야 그렇네, 하고 조금씩 바꿔주는 식인 거죠.
정책을 만드는데 현장성이 반영이 안 되는 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말씀하시는 이런 상황은 좀 심하지 않나요? 너무 오랫동안, 계속해서,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 반복된다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게요. 왜 그게 개선이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늘 굉장히 급박하게 개정이 이루어지고 어떤 변화가 교사들의 목소리보다 바깥의 맥락에 의해서 생기고, 일단 생겼던 변화도 또 바뀌니, 현장에서 어려움을 계속 겪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스포츠 클럽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비대하게 커졌거든요. 그걸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많이 줄이기로 했어요. 고시된 총론에도 그렇게 적시가 되었고요. 근데 외부 압력으로 이거 왜 줄이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다시 늘어나는 걸로 총론 개정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걸 또 편제에 반영해서 다시 만들라 하니 현장에선 새로운 어려움이 생기는 거지요. 그런 변화가 교육계 안에서의 목소리가 아니라 정치나 사회나 또 어떤 관련 있는 집단이나 이런 맥락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교사들은 열심히 준비하다 보면 위에선 딴 얘기하고 있고, 또 새로운 지침이 오고, 급하게 바꾸라 하고, 그런 어려움이 늘 굉장히 좀 고민스럽고 괴로운 부분이에요.
그러니까요. 총론은 늘 휘황찬란하고 희망에 가득 차 있는데, 각론과 적용 부분은 삐그덕대거나 꿰어맞추는 것 이상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늘 우리가 주장해 왔던 게 이 교육과정 안에 더 이상 쑤셔 넣을 곳이 없다, 아무리 좋은 거 다 하라고 넣어줘도 정말 물리적으로 할 시간이 없다는 거였죠. 범교과 같은 걸 보면 초등학교 수영부터 시작해서 좋은 거란 좋은 건 다 들어오잖아요. 근데 그 많은 걸 다 하려면 학생들이 집에 안 가고 밤새워 수업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 형식적으로 그냥 했소 하는 얹어 넣기식 교육과정을 만들 수밖에 없고, 실질적으로 잘 운영이 안 되는 게 학교 상황이죠. 그런데도 교사나 학교가 안일하게 대처한다고 할 수 있는지 답답하죠. 이런 목소리들이 적극적으로 정책이나 교육과정 만들 때 반영이 되면 좋겠는데 왜 늘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모두 신뢰할 수 있는 법적 편제 제도를 이용하고 싶은데 잘되지 않네요. 그러다 보면 각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또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내느라 에너지를 낭비하는 측면이 있죠. 오히려 그러므로 해서 교사 각자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는 생각도 하거든요.
제 남편은 대안학교에 있는데 대안학교는 시간표가 큰 덩어리로 돼 있어요. 그래서 예를 들면 월요일 오전에는 이런 과목, 오후에는 이런 과목 이렇게 큰 덩어리로 있어요. 교과 만드는 것이나 운영도 꽤 자유로운 편이고요. 공교육 제도 안에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지침들이 너무나 촘촘하고 제한이 많다 보니까 원하는 것을 하려면 의도하지 않든 의도했든 주어진 편제를 좀 넘나들어야 할 때도 있고 원칙적으로 따지자면 이건 안 되는데 하는 그 부분들을 감당하고 가야 하는 순간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그게 좀 꽤 번거롭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지켜야 하는 하한선이 있는 것은 분명히 맞고, 그런 면에서 공교육 나름의 장점도 있지만, 말하자면 천 피스 퍼즐을 쫙 훑어놓고 ‘이걸로 새 그림을 맞춰 봐’ 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할까요? 그냥 흰 종이에 ‘멋진 그림을 그려 봐’ 하는 걸로도 어려운데, 촘촘한 격자가 있는데 그 격자를 흔들지 않는 선에서 지킬 거 다 지켜가면서 또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게 교육적인 상상력을 제한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어쨌든 공교육 교사로서 감당해야 할 줄타기인데, 우리가 가진 한계이기도 한 것 같아요.
교육과정 리더 역할을 하시는데 오랫동안 같은 학교에 계시면서 다른 학교보다는 더 공을 들인 교육과정을 아이들이 봤잖아요. 그런 결과로 보이는 아이들의 변화는 어떤가요?
우리 학교에서 교육과정 안에서 가장 공들여서 한 건 존중과 환대가 아닐까 해요. 경청 프로젝트부터 처음에 시작하고 그다음에 관계 형성, 이런 것을 모든 교과에서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선생님들 워크숍에서부터 강조하면서 교과나 학년 교육과정 안에 넣으려고 노력해요.
또 수일 날개 프로젝트라고 학생들이 학교 교육과정이나 문화에 대해서 제안하는 교육과정이 공식적으로 있고 학교 대토론회랑 연결해서 모든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를 교사들이 함께 듣는 과정을 거치고, 학생자치회랑 연결해서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과정을 공들여서 열심히 해왔어요. 그래서 저는 우리 학교의 환대 문화가 가장 두드러진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학교에 비해서 학폭 건수도 현저하게 적고, 학생들 간의 관계도 좋은 편이고, 또 학생들하고 교사 관계도 굉장히 좋아요. 수일 날개 프로젝트의 주제가 우리 학교의 좋은 점과 개선할 점을 얘기하는 것인데 많이 나오는 얘기가 선생님들이 너무 좋다, 아이들하고 관계가 좋다는 얘기를 늘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모둠 협력 수업 같은 것도 굉장히 잘 되는 편이고요. 그래서 졸업한 학생들이 학교를 그리워하면서 자주 선생님들을 찾아와서 중학교 시절이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를 입을 모아 해요.
그리고 어느 학교에나 좀 튀는 친구가 있고 조금 느리거나 어려움이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런 친구들도 잘 돌봐주죠. 예를 들면 귀가 잘 안 들리는 친구가 있다. 그러면 그 친구가 얘기를 잘 들을 수 있도록 그 친구랑 모둠 활동할 때는 크게 얘기를 해주고 수줍은 친구가 나와서 작은 목소리로 발표할 때는 모두가 다 숨죽이고 귀를 기울여주는 문화가 있어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모두 1, 2, 3학년 중 3학년이 가장 훌륭하다고 해요. 새로 오셔서 3학년을 맡으신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너무 좋다고 하시고, 1학년을 맡으신 선생님들은 어느 학교나 비슷하다고 하시는데 저는 그게 학교 교육과정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갈수록 더 좋아지는.
그렇죠. 듣기만 해도 일련의 흐름이 완결되는 교육과정인데 그 안에 선생님들이 얼마나 섬세한 노력을 하실지 눈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책도 내셔서 책 이야기도 많이 전하시느라고 바쁘시겠어요?
학교에서 함께들 많이 읽으신대요. 책을 읽으시는 학교들은 이미 의지와 열의가 있으시니까 같이 읽어주시는 거겠죠. 감사한 마음이고, 더 많이 읽히면서 선생님들께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이제 끝부분인데 개인적인 교육관 학생관, 인간관 같은 큰 뭉텅이로 하실만한 내용이 있으시면 마무리 말씀으로 좀 해주세요.
28년 동안이나 교사를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여전히 항상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고 삶의 목표나 태도나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뭔가 정해진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기보다는, 학생들하고 최선을 다해서 매 순간 ‘우리가 어떻게 사는 게 제일 인간적인 삶인 것 같니?’라고 물어보는 게 교육과정의 가장 중요한 방향이고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도 잘 모르니 학생들하고 같이 최선을 다해서 생각해 보겠다. 성찰해 보겠다는 것. 그리고 그런 과정을 수업으로 잘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저 자신도 매우 부족한 인간이다 보니 학생들한테 항상 배우기도 하고요. 같이 생각해 보고 저도 답을 찾고 싶어요. 학생들도 ‘그렇게 계속 찾아야 하는 거구나. 답이 있는 게 아니라 선생님도 잘 모르는데 어쨌든 찾고 싶어 하시는 구나, 우리랑 같이.’, 이런 정도를 공유하면서 갔으면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먼저 많이 공부하셨으니까 인간적이라고 하는데 그 인간적이라고 하는 요소에 이거는 꼭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보시는 몇 가지를 주시면 다른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제일 단순하게는 내 마음이 네 마음일까 이걸 고민해 보는 거, 네 마음은 어떤 걸까 이걸 내 마음처럼 생각해 보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내가 가진 생각이 정말 옳은 걸까, 또는 내가 보는 다른 사람이 정말 그 모습일까 하는 걸 계속 회의하고 의심해 보면서 이해해 보려고도 하고, 또 그 순간에 가장 적절한 선택이 뭔가를 열린 마음으로 찾아보려고 하는 태도가 제일 인간적인 게 아닐까. 어쨌든 다들 부족하니 서로 의존해 살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서로를 이해도 하고 또 믿기도 하고 조건 없이 환대도 하고 그래야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다들 너무 취약하고 부족한 존재니까요. 우리 안에 뭔가 대단한 게 있어서 그걸 찾아야 한다거나 숭고한 인간이 돼야 한다거나 하기보다는 함께 살기 위해서는 서로 의지해야 하고 서로에게 믿을 만한 인간이 돼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늘 성찰하려는 태도를 지니는 것, 그런 정도가 제가 생각하는 인간적이라는 단어의 뜻인 것 같습니다.
네, 한 시간 동안 이것저것 여쭤봤는데 매우 의미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고요. 건강해 보이셔서 다행입니다. 좋은 영향력으로 아이들 잘 가르쳐주시는 길, 계속 오래오래 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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