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신의 영역이었던 20분 달리기, 경계를 허물다

달리기로 증명한 작은 가능성의 힘

by 진다락

늘 그렇듯 누구보다 일찍 출근한 어느 날,

새벽 달리기로 지친 몸을 이끌고

복도를 어기적어기적 지나 음수대에 섰다.

물을 따르고 있던 내게 부장님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선생님, 아침부터 왜 이렇게 지쳤어~"


올해부터 함께 연령을 맡아 일하게 된,

내가 남몰래 존경하고 좋아하는 부장님.

늘 따뜻하고 유쾌한 그 모습은

'내가 어른이 된다면 저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만든다. 그런 부장님의 물음에

잠깐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사실은.... 요즘 새벽에 달리기를 하거든요"


아직 거리는 짧고, 페이스는 들쭉날쭉,

심박수는 매일 초과 경보.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왕초보 러너였기에

그 말이 괜스레 쑥스러웠다.

그런데 부장님이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다.


"나도 요즘 달리기 해!"


순간, 부장님과 나 사이에 뭔가 비밀스러운

공통점이라도 생긴 듯 마음이 설렜다.


"부장님은 얼마나 뛰세요?"


"나는... 20분 정도?"


".....쉬지 않고요?"


몇 번이고 되물은 끝에, 겸손한 말투 너머로

'체력 넘사벽'부장님의 실력을 깨닫게 되었다.

역시, 외유내강이시다. 그때의 나는

'나도 언젠가 20분을 내리 달릴 수 있을까?'

막연한 기대와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상상을

품으며 부장님과 대화를 나눴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고

새벽 달리기를 꾸준히 이어갔다.


달리기를 함께 시작한 남편은

3분을 달리고, 5분을 달리고, 7분을 달릴 때조차

"와... 나는 언제 그렇게 뛰어? 대단하다...."

하며 헥헥거리던 나였다.


그런 내가 쉬지 않고 달리기

3분 성공...

5분 성공.....

7분 성공.......

10분 성공..........

그리고 오늘 새벽, 무려 25분 성공!!!


환호성을 지르며 동네방네 외치고 싶었다.

"여러분!!! 저 25분 달렸어요!!!"

말도 안 돼. 나 진짜 20분 넘게 달렸다고?

임용고시 합격 이후로

이렇게 감격한 적은 처음이었다.


솔직히 그땐 눈물 났고,

오늘은 땀이 났다.

좀 많이


새벽 달리기를 꾸준히 이어오면서 자연스레

달리기 관련 정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보곤 했었다.

그런데 '러너'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보통

하루에 5km, 10km는 기본으로 달린다고 했다.

나는 그저 20분 달리기조차

신의 영역이라 여겼는데...

그들과 나 사이엔 아직 꽤나 큰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했다.

5분도 벅차던 내가,

다섯 배나 되는 25분을!

내리 달릴 수 있게 되었다니!!!

1분을 달리던 내가 하루하루 단 몇 분씩

늘려간 시간은 보잘것없는 듯 보였지만,

결국 나를 전혀 다른 세계로 데려다주었다.

작고 우습게 여겼던 그 반복이 쌓여

25분을 만든 것이다.


'작은 변화의 반복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든다'는 말이,

이젠 책 속의 문장이 아니라 나의 문장이 되었다.


겉보기엔 걷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느린 달리기일지라도,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달린다는 건 내게 너무나 큰 변화이고

도전이었다. 아주 작고 단기적인 목표였지만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

의심했던 그 지점을 내 두 발로 도달했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물론 다른 사람의 기준에서 보면

아직 한참 모자란 기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삶의 기준에선 나는 오늘 확실히

최고지점을 찍었다. 누군가의 걸음에 휘둘리기보다 나만의 속도로 내 걸음을 끝까지

응원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뿌듯한 마음을 안고,

집을 나설 때와는 달리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와 체중계에 올랐다.


그래..


하늘 아래 완벽한 하루는 없지..


내 새벽운동의 목표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건강한 삶이라고

다시 한번 정정하며 내 마음을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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