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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택 시인 Jan 17. 2023

슬픔 감별사

슬픔은 내게 어떤 쓸모가 있을까

우울 무렵 전망대에 올라 아파트를 내려다본다


사각 케이지 속에서 각기 오롯한 불빛,


철제 닭장에 갇힌 병아리들 같다     



슬픔에도 암수가 있다


내 안에서 밖으로 나간 슬픔이 암컷,


밖에서 내 안으로 들어온 슬픔이 수컷이다     



암컷은 세상의 산란용이고


수컷은 내 안의 폐기용이다      



보름달이 전깃불처럼 켜졌으므로


감별대에 올려진 것처럼 아뜩해졌다    


   

슬픔은 내게 어떤 쓸모가 있을까


믹서기로 갈 듯 분쇄시켜야 할지 


슬픔을 낳고 낳아 기쁨의 유통을 도와야할지 


감별의 밤     



바람이 머리카락 헤쳐 비비고


달빛이 정수리 돌기를 들여다본다



검은 상자 너머     


부숭부숭한 노랑이 


유리창마다 연약하게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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