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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택 시인 Mar 10. 2023

달 한 캔

손아귀로 캔을 구겨 놓는 건

달이 뚜껑을 따면 거품처럼 달빛은 내게 넘친다   

   

이런 상상만으로도 밤은 편의점처럼 믿음이 간다  

    

세 개를 담아야 만 원이니, 

만월도 내게서 세 개의 생각을 주섬주섬 고른다     


그렇게 24시간 그 환한 확신이 

나를 불러 세운 적이 있다     


그러나 계산대에서 엎드려 졸고 있는 

쓸쓸은 얼마나 지난한가      


나는 검은 비닐봉투처럼 

축축한 그 하나를 꺼내놓는다  

   

자, 이제 나를 따, 

마시고 저물렴     


손아귀로 캔을 구겨 놓는 건 잊지 않기 위해서다

다시 손이 간다면 그건 미련이다     


달은 지금 그런 나를 따놓고 

홀짝홀짝 들이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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