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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택 시인 Mar 24. 2023

여독

여행에게서 오늘밤이 야윈다

여행에게서 오늘밤이 야윈다


     

추억은 변두리에서 낡아가지만  


우리는 덜 마른 이정표를 위해 


눈동자에 검은 잉크를 찍는다     



카메라에 번지는 날이 화소에 고이면 


저 스스로 빛을 내는 날들 


한때의 파일로 빽빽하게 끼인다


그곳이 숲이 되고 미지가 될 때까지


길을 지우고 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된 나와 미래의 내가 


수렴되는 지점으로 이동한다


인화된 감정일수록 바래가는 속도가 빠르다     


  

그러니 순조롭게 잊는다는 건 


그 경로가 빈 폴더에 있기 때문이다     



두고 온 것은 언제나 다가올 표정에 어려 있다    

 


여행이 앓아서 


나는 나를 자주 겹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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