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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성택 시인 Mar 29. 2023

사랑이 이처럼

스스로 신분을 치르는 밤

사랑은 새것의 지갑과 같아 길들일수록


조금씩 제 안이 패여 간다


부대낀 습관부터 해져가다가 


언젠가 신분을 잊게 될 수도 있다


사랑이 이처럼 유실된다     



사랑이 계절을 누벼 간 후로 


목련이 덧나고 있다 


반들거리는 면에 접힌 사람,


상처는 입는 게 아니라 


상대에게 트는 것이다 


사랑이 이처럼 아리다     



사랑에게 한 시절 접착된 사람이


갈피 속 증명사진으로 눌려 있다


잃어버렸으나 잊은 건 아니라서


지갑이 스스로 신분을 치르는 밤


분실물센터에서 무릎 껴안듯 접혀 


사랑이 이처럼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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