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게서 오늘밤이 야윈다
여행에게서 오늘밤이 야윈다
추억은 변두리에서 낡아가지만
우리는 덜 마른 이정표를 위해
눈동자에 검은 잉크를 찍는다
카메라에 번지는 날이 화소에 고이면
저 스스로 빛을 내는 날들
한때의 파일로 빽빽하게 끼인다
그곳이 숲이 되고 미지가 될 때까지
길을 지우고 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이미 과거가 된 나와 미래의 내가
수렴되는 지점으로 이동한다
인화된 감정일수록 바래가는 속도가 빠르다
그러니 순조롭게 잊는다는 건
그 경로가 빈 폴더에 있기 때문이다
두고 온 것은 언제나 다가올 표정에 어려 있다
여행이 앓아서
나는 나를 자주 겹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