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이별을 기다려 본 적 없고
꽃이 계절을 찾아와
한 시절 머물다 간 것이 사랑이라면
사랑은 제 계절을 위해
하나의 꽃에 열렬했다는 거겠지요
사랑은 이별을 기다려 본 적 없고
이별은 사랑을 기약한 적 없으니
우리는 각자의 색으로 피어 들녘을 견딜 뿐입니다
무시로 피었다 저무는 사람이
향기로 젖는 몇 날,
꽃은 가장 아름다웠던 색을 햇볕에 풀어놓습니다
살면서 몇 번의 계절이 더 꽃을 앓을까 싶어
봄이 조심조심 걸어옵니다
시간이 깃들어
기꺼이 생기를 기록하는 시듦, 그 사이
누군가 한낮이 되었습니다
계절이 내게 찾아와
한 시절 사랑을 틔웠다 갔다면
햇볕은, 열렬히
내게 꽃을 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