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이 이야기는 고래볼 해수욕장인 병곡면 영 2리 마을에서 우리 딸 친구 외할아버지가 겪으셨던 일이다.
외할아버지께서 85세 정도 되셨으니 80년 전쯤의 일이다. 외할아버지가 만 5세 때의 일이 된다고 한다.
외할아버지 이름은 상수고 증조할아버지는 학윤이라는 예명을 만들어서 이야기할게.
학윤는 삼촌이 돌아가시고 장례식에 다녀왔다.
그런데 학윤은 장례식장에 다녀오고 3일만에 죽고 말았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었다. 그 날 상수의 꿈에 학윤이 나타나 "삼촌이 혼자 가시기 힘드시다고 하신다. 좀 모시다 드리고 올게. 3일간 나를 장사 치러진 말아라"라고 하셨다. 상수는 어른들께 그렇게 말씀드렸지만 어린애가 하는 말이라고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 당시에 마을에 전염병도 돌고 있어서 학윤의 관을 장사치르기 전날까지 사당에 두기로 했다.그 당시에 5일장을 치루고 있었는데 학윤이 죽고 3일째 되는 날 상수가 자고 있는데 누군가 자꾸 "상수야. 상수야."하고 불렀다고 한다. 상수가 일어나 아버지한테 가봐야 된다고 사당에 갈려고 발버둥 쳐도 꼬맹이 말이라고 다들 못 가게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날이 새고 사당에 가 보니 관이 이상하더래. 그래서 어른들이 못을 빼고 열어보니 학윤이 관에서 나오려고 밤새도록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손톱도 새까맣게 피멍이 들어 있고, 시신도 엎어져 있었다.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른들이 아이 말이라도 좀 더 귀 기울여 듣고 관에 못만 안 박았어도 상수는 그렇게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학윤은 다시 삶을 이어 나갈 수 있었을 텐데. 이 이야기를 들으니 참 안타깝지 않을 수 없었다. 아버지를 일찍 잃은 외할아버지는 갖은 고생을 하시며 사셨다고 한다.
요즘은 병원에서 사망하면 냉동관에 바로 넣어버리니 어떻게 해 볼 여지가 없다.
참 이 이야기는 신기하지만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PS: 이 아픈 아버지의 이야기를 제공하고 브런치에 싣게 허락해 준 SJ어머니 감사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