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 세상을 함께 살면서 2

사랑이었던 시절도 있었지요

by 어린왕자


청춘을 오롯이 바치면서 사랑을 했습니다

한 번의 사랑이 식을 줄 몰랐습니다

한눈팔지도 않았고

어쩌다 삐걱하고 넘어져도 털고 일어났지요

옷에 묻었던 흙먼지는 바람에 날려가고

상쾌한 봄바람이 일곱 빛깔 무지개로 다가왔죠

무지개는 늘 그렇게 내 것이었죠


일곱 빛깔 무지개 중 하나가 빠져도

넓은 하늘 한 공간을 차지하며

매일매일 또 다른 빛으로 다가와

청춘의 끝자락을 물들였습니다

하나의 색깔이 빠지고 두 개의 색깔이 빠지고

무지갯빛은 나에게 영원한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그때는 그랬지요


행복이 별 거 아니라는 생각, 요즘에서야 합니다

등에 짊어진 것들이 많았던 청춘 시절엔

내게 많은 것들이 무겁게 다가와도

하나뿐인 사랑으로 이겨냈습니다

힘든 줄도 몰랐고 힘들지도 않았습니다

앞으로의 삶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죠

모두가 그렇게 사랑 하나로 사는 줄 알았죠

내가 살고 있는 그 삶이 그냥

그냥 행복한 삶이라 여겼습니다

무엇과 비교를 해야 했을까요

비교할 줄을 몰랐던 것이죠

청춘의 무지갯빛이 하나둘 씩 옅어져 가도

나는 그것이 괜찮은 삶이라 여겼습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아직은 청춘이라 아직은

사랑이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ㅡ계속


keyword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