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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Nov 24. 2024

월동 준비

산사의 겨울


 산사의 겨울은 일찍 찾아든다.

 집 나간 녀석이 하루를 나지 못하고 집으로 기어들어올 만큼 차고 매섭다.

 따끈한 아랫목이 연신 떠오른다.

 청잎 푸른 치마는 다소곳이 앉아 자신을 뽐낼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온여름 내내 땅 속에 묻혀 가장 실한 열매로 영글었다.  


 순서를 기다리던 청잎이 억센 손아귀에 움켜든다.

 억센 손은 아프단 소리도 듣지 못한다.

  속 깊은 곳에 뿌리내렸다가 온갖 시름  털어내고 밝은 세상 구경 나왔다.  

 곁가지로 뻗친 무거웠던 왕관은  이제 네 것이 아니다.

 조용히 스며들 시간이다.

 많은 이들의 겨울을 위해

 기다리고 있을 중생을 위해

 다소곳이 앉아 가을볕을 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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