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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Nov 10. 2024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아 더 살아야겠다

시금치를 보며 든 생각


 시금치가 얼마나 컸을까

 상추가 얼마나 자랐을까

 보고 싶어 안달 났다

 모자 꾹 눌러쓰고

 한달음에 마주한 텃밭에서

 허~~억 워메~~~저걸 어쩔까나

 앞다퉈 자리 비집고 들어섰다


 솎아줘야겠구나


 물을 뿌리기 전 파를 뽑으면

 어떤 파는 뽑히고 어떤 파는 끊긴다

 아뿔싸

 조심히 다뤄야지 질타하면서

 흰밥 위에 파김치를 얹고

 후딱 밥 한 그릇  비워낸다

 온몸이 파르르 선연하게 떨린다


 입안 가득 침이 고였다

 
 하루 먹을 양식을 들고 와
 여린 채소를 씻으며
 엄지손가락으로  뿌리를 뗀다
 여린 잎이라 뿌리도 여린데
 다쳤던 내 손가락이 아프다
 이 여린 뿌리를 떼내야 하나
 뒤늦게 뒤통수를 친다
 시금치 뿌리째 씻으면 될 것을
 그냥 뿌리째 먹으면 될 것을
  뒤늦게 배우는 게 너무 많아

  그래서 아직은 더 살아야 한다

 배추는 더 이상 세입자가 없다
 다행일까
 밀린 월세 내기 싫어 쫓겨나듯
 배추벌레는 방을 넓히지 않았다
 함께 살아도 되는데
 주인 인심 후한데
 아직 거기까진 소문이 안 났나 보다
 
 더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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