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자리를 잡다
아이들의 학원 시간과 도서관 역사 강의가 겹치는 시간이면 주로 빠지겠다고 미리 전화가 온다. 말하지 않고도 빠지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지만 못 온다는 연락을 해 주시니 너무 고마운 일이다. 혹여라도 연락이 없이 두세 번 연달아 빠질 때는 내가 먼저 어머님들께 연락을 취한다. 좋은 인연으로 만나서 좋은 인연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 나의 마음이기도 하거니와 도서관 수업이라도 내가 맡은 아이들은 신경을 써야 하고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한 번 관심을 가지면 다음번에는 어떤 일로 어떻게 만날 지 모르는 일이니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는 것이다. 그러면 마음도 편하다.
동절기에 접어들면 도서관은 5시에 문을 닫는 곳도 있다. 그러나 역사 수업은 5시에 시작해야 한다. 그럴 땐 난감하다. 일전에 어느 도서관은 관장님이 그곳 아파트에 살고 계셔서 강의가 마치는 시간에 일부러 오셔서 문을 잠그고 가시기도 했다. 처음 한두 번은 괜찮았는데 몇 달을 계속해야 하니 그분께서 힘들어하셨다. 그러다 그 도서관은 아예 폐강되었던 적도 있다.
도서관 강의실과 독서실이 따로 문으로 연결되어 있는 도서관은 그래도 희망이 있다. 도서관으로 향하는 문은 모두 걸어 잠그고 사서 선생님이 퇴근하시면 강의실 열쇠를 내게 하나 맡기고 따로 도서 반납함에 넣어두면 되었다. 운영위원회에서 그렇게 편의를 봐주시니 너무 고마웠다. 또한 거기에 아이들이 늦은 시간까지 수업을 듣고도 부모님들이 불편해하시지 않아 얼마나 큰 다행인지 모를 일이었다. 고마운 일이었다.
한 시간의 강의로 처음 인연을 맺고 1년쯤 지나 다른 도서관에서도 제의가 들어왔다. 도서관 관장님의 추천으로 타 도서관 관장님이 일부러 강의하는 곳까지 찾아오셔서 제안을 하셨다. 사실 기뻤기도 했지만 그래도 잘하고 있었구나 하는 안도감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다음 달부터 바로 수업에 들어가기로 했으니 자료만 준비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자 또 다른 도서관에서도 제안이 왔다.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주중에 매일 도서관 강의가 있었다. 월요일 휴관을 빼고는 하루 2시간씩 잡혔으니 나름 인지도도 있었다. 인근의 학교에서도 소소하게 소문이 나기도 했고 시험을 치른 아이들이 역사 시험 잘 쳤다며 수시로 전화가 오기도 했다. 나름 뿌듯했다. 논술 수업을 할 때보다 더 큰 만족을 누린 시간들이었다.
그러다 강의가 늘어나면서 토요일까지 받아야 했다. 평일엔 아이들이 학원 시간 때문에 듣지 못한 아쉬움에 토요일에도 강의를 했으면 하는 학부모들이 있었다. 어차피 나는 토요일 논술 수업 하느라 나갈 채비를 하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너무 이른 시간도 아닌 너무 늦은 시간도 아닌 점심시간을 전후로 강의를 잡았다. 무조건 도서관에서 원하는 것을 하던 때와는 다르게 내가 여유가 있다 보니 내가 원하는 시간에 강의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일이 겹쳤고 나를 인정해 준다는 것에 더 신이 났다.
ㅡㅡㅡㅡ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