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흔들리고 휘청대는 퇴사자입니다만

요가로 삶의 균형을 배우는 중입니다

by 소소라미

그날의 요가 클래스.


"오늘의 피크 동작은 아르다 찬드라 아사나입니다."


요가에서는 자세 또는 동작을 아사나라고 부르는데, 그 앞에 붙는 단어들이 그 동작 고유의 이름이 된다. "아르다 찬드라!"라니! 마치 지구에 불시착한 소행성 왕자와 같은 신비로움이 느껴졌다. 영어로는 Half Moon, 우리말로는 반달 자세라고 했다.

아르다 찬드라 아사나 (출처 : 위키백과)

선생님이 먼저 시범을 보인다. 1) 왼 다리를 단단히 고정한 후, 2) 몸통 길이만큼 떨어진 곳에 왼 팔을 뻗고 손끝만 매트 위에 닿게 한다. 3) 왼 무릎을 펴면서 오른 다리를 들어 올린다. 골반과 몸통 얼굴 모두 정면을 향한 상태에서 4) 오른팔을 하늘로 뻗어 낸 후 5) 시선 또한 하늘을 바라본다.


선생님이 가뿐하고 태연하게 동작을 해냈기 때문일까? 팔 하나, 다리 하나가 지면에 닿는다면 균형 잡기가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다.


'어디 한 번 해볼까?'


엇, 그런데 오른 다리를 들어 올리는 순간부터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3단계). 사정없이 요동치다 못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기분이다. 한쪽 다리와 한쪽 팔로 숭구리당당 숭당당을 하는 폭소 유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으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거울이 없어 보진 못했지만 불타는 고구마처럼 달아올랐을 거다.


신경이 온통 필사적으로 버티는 왼 다리로 쏠린 까닭에 정면을 바라보는 것조차 버거우니 오른팔을 들어 올리는 4단계로의 진행은 꿈조차 꿀 수 없다. 마치 젠가 게임에서 나무 블록 하나를 슬쩍 건드린 순간, 전체가 내려앉아 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함이다.


'내 돈 내고 내발로 와서 굳이 왜 이런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가?'라는 실존주의적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다. 다급히 포기 카드를 꺼내 들려는 그때,


선생님의 외침이 들려온다.


"흔들리더라도 쉽게 내려오지 마시고, 지면에 닿은 다리와 팔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보세요. 뻗어나간 다리는 더 힘차게 뻗어줍니다. 이 세 가지 힘이 이어지면서 균형을 찾으면 됩니다."


'아, 선생님! 이 타이밍에 그렇게 말씀하시면 못 내려오겠잖아요.'


입으로 말했다간 그대로 힘을 잃고 허물어질 거 같기에 목구멍 안으로 말을 삼켜본다. 이내, 이왕 돈 내고하는 거 성취감이라도 느껴보자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팔과 다리의 떨림만 멈추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 힘을 균등하게 분배하고 복부에 힘을 주어 지면에 닿은 사지가 과한 하중을 받지 않도록 하는 데에 집중했다. 그 순간 경련은 멈췄고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균형이 잡힌 듯하니 오른 다리를 마저 들어 올려본다. 이윽고 고개도 조금씩 정면을 향한다. 조금 더 조금 더 좋아! 좋아! 그렇지!


그 순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왼 다리가 '콩콩콩' 소리를 내며 이탈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서 다시 매트 위의 나를 그려본다. 왼 다리에 너무 많은 부담을 주었던 걸까? 왼 팔에 분산해야 할 적정한 힘의 강도는 어느 정도였을까? 오른 다리를 더 들어 올리지 않았다면 더 오래 버틸 수 있었을까? 고개는 계속 땅을 보아야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정답은 잘 모르겠다. 분명 영점이 잡히는 순간은 있었으나 호흡 한번, 그리고 다리와 머리의 미세한 움직임 한 번에 다시 흔들렸으니까.


문득, 바닥으로 뿌리내린 다리와 팔이 나를 지키는 마음 근력이자 멘탈이고, 뻗어나간 다리는 성취 또는 성공을 향한 욕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세한 자극에도 흔들리는 건 세상의 기준, 주변 사람들의 충고, 다른 이들과의 비교, 그리고 허탈감에 휘감겨 비틀대는 나였으리라. 그 와중에도 뻗어나가려는 욕망은 멈출 줄을 모른다. 적당히 균형이 잡혔다는 착각 속에 더 위를 향하고 싶어진다.


균형을 잃고 무너져 내린 후에야 멘탈과 마음 근력이 욕망을 감당할 수 없었음을 깨닫는다.


불혹이라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것도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나이 되도록 뭘 했나? 하는 자조 섞인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호기롭게 도전하지만 기본기가 부족함을 깨닫고는 슬슬 자신감이 잃을 때도 있다. 측근 외에는 퇴사 소식을 전하지 않았을 만큼 주위의 반응도 부담스럽다. 시간을 거슬러 돌아가도 퇴사를 선택하겠지만, 이러다 영원히 도태될까 두려운 마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매트 위에서 휘청 거리던 나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결국 무너졌지만 평정심을 찾아 영점을 잡기 위해 버티던 순간을 떠올린다.


작은 매트 위 힘과 방향의 변화에도 부들부들 떨리는 판에, 발아래 인생의 판을 갈아엎어버렸으니 휘청대는 건 당연하다며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애를 쓰기보다는, 어떻게든 단단하게 발을 붙이고 균형을 찾아보는 연습을 해보자고, 멘탈 역시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강해질 수 있을 테니까.


일주일에 3번, 매트 위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을 때마다 다짐한다. 흔들려도 괜찮다고,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는 용기를 배우는 시간이면 족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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