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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날들 Nov 11. 2024

커피와 빵을 드립니다.

나에게 주는 맛있는 행복


너무 좋아해서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이 심지어 건강에도 좋다면 얼마나 좋을까.
애석하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와 빵은 그 반대편이다.

커피와 빵을 먹기 위해 사는 사람처럼 내 하루는 커피로 시작해 빵으로 끝이 난다. 커피와 빵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바스락 거리는 낙엽처럼 메말라 버렸을지도 모른다. 식탐은 없지만 옆에 누군가 빵을 먹으면서 나눠주지 않으면 묘하게 서운한 마음이 든다. 향이 좋은 커피 한 잔이 없으면 연료가 바닥난 기계 마냥 일을 시작도 못한다. 커피와 빵은 내 하루의 연료이자 위로이고 충전재이다. 그런 내 삶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유 모를 어지럼증으로 며칠을 고생하다 이석증으로  쓰러지게 되었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커피와 빵 금지령을 내리셨다. 면역력이 너무 떨어져 있고 처방해 준 약이 효과를 보려면 밀가루와 카페인을 당분간 끊어야 된다는 것이다.

"당분간이 얼마나일까요? 하루면 될까요? 혹시 3일 이상일까요?"

의사 선생님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시며  "그럼 또 쓰러져서 오세요."라고 하셨다.

너무 슬퍼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럼 그동안 무슨 낙으로 살아야 하나요. 저는 커피와 빵을 먹기 위해 눈을 뜨는 사람인 걸요. 너무 슬퍼서 빵을 사고, 기분이 좋아서 빵을 먹고, 우울해서 빵을 사고, 빵을 먹어야 행복한 사람인 걸요. 한데 지구가 백바퀴도는 어지럼증을 다시 겪으라니요 아무리 생각해도 약을 먹는 동안 커피와 빵을 참아야만 한다. 하지만 역시나 좋아하는 것을 먹지 못하는 부작용은 꾀나 심각했다.

첫째, 삶의 의욕이 사라진다.
둘째, 삶의 의욕이 사라진다.
셋째, 삶의 의욕이 사라진다.

아침부터 커피가 아닌 물만 마시고 있으려니 영 하루가 밍밍하다. 눈썹을 그리지 못하고 출근을 한 기분처럼. 올이 나간 카디건을 입고 있는 마음처럼 자꾸만 입안이 까슬거리고 이유 없이 예민해지고 불쑥 화가 난다. (여러분 중독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디카페인과 호밀빵으로 대체하여 어떻게 버텨볼까? 타협할 수 있는 수만 가지 다른 대안들을 떠올려보다 이석증으로 바닥을 기어 다니던 순간을 생각하며 별수 없이 현실에 순응한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빵과 커피를 먹지 못했다.

다행히 어지럼증은 차츰 가라앉았고 일상생활을 회복하게 되었지만 지난 일주일이 어떤 날보다 가장 서글펐다. 와, 먹고 싶은걸 먹지 못하는 게 이토록 서러운 일이라니.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커피와 빵을 앞으로도 꾸.준.히. 오.래. 먹기 위해 꼭 건강해야겠다며 운동을 시작했다.

커피와 빵은 나에게 그런 의미이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에 조금이라도 힘나는 시작을 도와주는 스위치 같은 것. 일상의 지루함을 견디게 해주는 안정제 같은 것. 나에게  커피와 빵 한 조각은 내가 나에게 주는 하루의 보상이다. 스트레스를 받아 뾰족한 마음이 으르렁거릴 때 차분히 나를 가라앉힐 수 있는 묘약 같은 것. 지친 하루의 끝에 고생한 스스로를 달래주는 위안 같은 것이다. 빵을 너무 좋아해서 빵집 아들에게 시집가는 것이 꿈이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여전히 커피와 빵을 사랑하는 나는 빵 굽는 냄새와 커피 향을 향수로 만들어 온몸을 흠뻑 적셔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카페인과 밀가루는 그야말로 애증의 관계이다. "커피 수혈"이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우리는 카페인 중독의 시대를 살고 있다. 과도한 밀가루 음식의 부작용으로 인한 성인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은 글루텐프리를 선언한 음식들이 더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런 시대에 건강을 잃어본 1인으로서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언제나 적당히가 필요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커피와 빵을 사수하기 위해 운동을 하겠다는 일말의 양심선언 같은 다짐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브로콜리나 토마토수프처럼 건강에 득이 되는 것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미 사랑해 버렸으니 별수 있나.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이자 하루의 복지를 꾸준히 누리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며 커피와 빵을 먹는 수밖에.

나이가 드니 서러운 것 중에 하나 추가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 그다음에 따라오는 결과에도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돌을 씹어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시절이 아니므로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는 일에도 지혜가 필요해졌으나 오히려 건강을 돌아보게 해주는 좋은 기회로 생각해야겠다. 하루에도 서너 번 먹던 커피와 빵을 한 번으로 줄이면 되려 그 시간이 더 소중하고 애틋해지겠지. 하루에 한 번이라도 충분하다. 커피와 빵을 먹는 순간만큼은 분명 행복할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좋아하는 애착 음식을 더 늘려봐야겠다. 나의 하루를 행복으로 채워주는 좋은 이유들이 하나둘씩 늘어갈 수 있도록.

자신의 삶에 맛있는 순간이 되어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다. 적어도 그 음식을 먹는 동안은 행복을 만져볼 수 있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커피 한 잔과 빵 한 조각을 안고 기쁘게 출근해야지. 오늘도 행복할 이유가 이미 내 품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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