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심리학 #130.]
우리가 하는 건 유치원생의 마시멜로우와 다르지 않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습니다. 금방 사그라들 거라 예상했던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의 국경이 막히고 경제가 붕괴 중입니다. 우리나라는 위기를 기회로 맞이하여 의료 강국으로써의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높은 시민의식이 연일 해외에 보도됩니다. 확진 판정을 받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완치되고 있습니다. 일일 확진자 수도 안정화되어 갑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많은 이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자랑스럽고 기쁜 일입니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저는 그 어떤 때보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마시멜로우를 집어먹는 아이들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죠.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길어봐야 2주 남았다고 예상해봅니다. 왜 그러냐고요?
- 유치원생들에게 마시멜로우를 이용해서 진행한 실험은 매우 유명하기에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 정부에서 부탁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 마시멜로우 실험과 별반 다르지 않다.
- 마시멜로우 연구에서 확실하지 않고, 당장 눈에 보이지도 않는 언젠가의 보상을 위해 마시멜로우를 먹지 않고 기다리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금새 집어먹는 아이도 있었다.
-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켜야 병에 걸리지 않고, 병을 옮기지 않을 수 있다는 보상 및 책임감을 가진 이들이 자택 격리를 지킨다. 이는 무척 불편하다.
-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인내심을 가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자.
우리는 마시멜로우를 앞에 두고 "먹지 않고 기다리면 나중에 마시멜로우를 더 줄게." 라는 얘기를 들은 유치원생과 같습니다. 최대한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라는 명령이죠. 마시멜로우의 자리를 '외부 활동'이 대체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그로써 얻는 보상은? 나와 내 이웃의 건강함, 코로나의 종식, 일상 생활의 복귀입니다.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몇몇 현상이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어차피 걸릴 거 즐기다 걸려야 하지 않겠냐며 권고 조치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깁니다. 이들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지도 않습니다. 제 눈엔 눈 앞 마시멜로우를 홀랑 집어먹으며 '너무 맛있지롱~' 하고 즐거워 하는 모습처럼 보입니다. 이들에게 '모두의 안전과 코로나의 종식'이 매력적인 보상이 아닌 걸까요?
경증 증상을 보이는 확진자들의 생활관이 된 충북 보은의 사회복무연수센터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앓고 있기에 당장의 심심함과 답답함을 참지 못 한 모양입니다. 실내 격리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일념으로 정말 많은 문제들을 떠올리지 못 한 것처럼 보입니다. 마시멜로우가 어찌나 맛있는지 춤까지 추는 꼴이라뇨.
개인의 문제 아니냐고요? 이것도 볼까요?
벚꽃이 만개하는 철이 다가오자 '나는 괜찮겠지.' 라는 생각으로 꽃놀이를 즐기려는 인파가 생깁니다. 물론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간이 장기화되며 경제적인 문제가 생깁니다. 확진자 감소 추세로 인해 시민들의 경각심도 줄어듭니다.
마시멜로우를 먹지 않고 잘 견디던 아이도 옆에 친구가 마시멜로우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유혹에 약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바보같이 나만 지키고 있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에 괜스레 억울해지기도 합니다. 말은 곧이곧대로 듣는데 아무 보상도 없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처음 먹었던 마음이 조금씩 바래집니다. 하나둘 유혹을 못 이깁니다. 이 비율이 높아지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너지는 겁니다.
개학을 다시 미루겠다고요? 최선의 방법일 수 있으나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이미 마시멜로우를 먹기 시작한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학교는 멈췄지만 아이들은 멈추지 않을 겁니다. PC방으로, 노래방으로 흐를 겁니다.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어둠 곳곳에 숨어들 것입니다. 특히 청소년기는 '개인적 우화'를 지닌 시기입니다. 나는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코로나를 걸리지 않을 거라 믿습니다.
몸이 아프고, 열이 나는 등 증상이 있음에도 '에이, 설마 코로나겠어?' 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납니다. 이런 사람이 늘어나면 아무리 방역을 하고 의료 체계를 정비해도 불가능합니다. 만약 이렇게 되면 코로나는 전국적으로 확산할 것입니다.
집단 모임을 지양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장기화가 될 수록 마시멜로우를 집어먹는 이들의 수가 늘어날 것입니다. 이들의 이기심이 마시멜로우를 먹지 않고 성실히 기다리던 사람들마저 살아갈 수 없게 만들 지 모릅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226
마시멜로우를 빨리 먹었다고 성공하지 못 하는 건 아닙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마시멜로우를 앞에 두고도 참을 수 있게 하려면 '나의 희생이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적절한 보상이 돌아오는가?' 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그보다 쉽고 간단한 방법은 마시멜로우를 집어먹는 이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거겠죠. 그러나 인도주의적인 방침이 아니기에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여러분, 정말 딱 학교 개학하는 4월 6일까지만이라도 마시멜로우 먹지 말고 기다립시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앞으로 2주 이상 가기 어렵습니다. 점점 이탈자가 늘어날 게 확실합니다. 2주 후 우리를 기다리는 건 모두 힘을 합쳐 일궈낸 값진 안전함일까요?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방역에 실패한 씁쓸한 위험함일까요?
모두가 즐겁고 안전하게 놀 수 있는 우리나라를 위해 정말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 마시멜로를 먹는 걸 미뤄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es2vyx2alJw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더 커요.
* 참고 자료
1. 마시멜로 좀 빨리 먹었다고 성공 못 하나요?
마시멜로 연구에 숨은 이면, 부족한 점,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은 지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한 글입니다. 요즘 같은 사태에선 더욱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내용입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226
2. 코로나 바이러스가 좀비 아포칼립스를 만들까?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 초기에 쓴 글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앞서는 우리들에게 필요한 자세를 알려줍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249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b7C8eNbNoyw
3.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폐보다 마음을 감염시키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된 가짜뉴스, 일부 언론의 어그로, 과도한 불안감 조성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에 맞서 우리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 지 소개한 글입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270
4. 코로나19 사태. 부모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까?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해줘야 할 적절한 양육 방법을 안내합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281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Ytih5oR0fmo
* 출처 자료
How research on self-control can guide u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Posted Mar 27, 2020 Michelle vanDellen Ph.D.
* 반디심리연구소에서 상담을 받고 싶으면?
https://www.bandiboys.com/q-an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