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직장상사의 성격이 ㅈ같은 심리학적 이유

[오늘의 심리학 #140.]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의 모습과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기 위한 철면피 나르시시즘은 겉으로 볼 때 겹쳐 보일 수 있다.




 오늘도 나는 내가 잘못하지도 않은 일로 혼이 납니다. 

 퇴근 시간 내에 도저히 할 수 없을만큼의 업무를 줘도 꾸역꾸역 참았습니다. 야근하면 되니까요. 

 왜 해야 하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안 되는 일을 줬을 때도 묵묵히 했습니다. 까라면 까라고 배웠으니까요.

 일은 뺀질나게 안 하면서 아첨 하나로 예쁨 받는 6개월 선배와 부당한 비교 당할 때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언젠가 진실이 밝혀질테니까요.

 평소엔 행정이 중요하네, 절차가 생명이네 하다가 자기 불리해지니 대충 가라로 작성해서 서류 만들라고 해도 견뎠습니다. 



 그런데요.


 왜 지금 제가 혼나고 있어야죠? 

 분명 이거 이 새끼가 시킨 일이거든요? 저는 아무리 부당하고 이해 안 돼도 열심히 한 죄 밖에 없는데 자기는 그런 거 시킨 적이 없대요. 언제는 실무자가 유두리 있게 판단 하라고 했으면서 이번에는 왜 자기가 시킨대로 안 하고 네 멋대로 하냐고 하네요. 부장님이 몇날 몇시에 이렇게 하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처음엔 그게 그 말이 아니었지 라고 하다가 이내 지금 나한테 대드는 거냐며 뭐라고 하네요. 불만 있고 아니꼬우면 사표 쓰라며 욕을 하기 시작하네요.



 사람이 슬퍼서가 아니라 화가 나서도 울 수 있구나 느끼는 요즘입니다.


 아니, 그런데 저한테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해놓고는 저 새끼는 왜 또 나가고 있죠? 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직원들한테 욕하는 게 부장의 업무인가요?








 혹시 이 호소가 공감 되시나요? 그렇다면 여러분의 직장 상사도 나르시시스트일 지 모릅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세상에 한 명만 있어도 절망인 이런 사람이 직장 곳곳에 있다는 점이에요. 약속이나 했는지 하는 행동, 말, 심지어 습관까지 비슷한 걸 보면 이런 사람들 양성하는 학원이 있는 게 분명해요. 


 그러다보니 문득 궁금합니다. 저렇게 실력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건 화내고 소리치는 것 밖에 없는 저런 사람이 어떻게 저기까지 올라갔지? 미국도 우리나라와 다르지 않나봅니다. 이런 연구가 있네요.




- 요하네스 구텐버그 대학의 Nina Wirtz 와 Thomas Rigatti의 연구 결과이다.
- 자아도취 되어있는 사람은 리더로 오를 수 있으나, 부하직원을 감정적으로 지치게 하고 착취한다.
- 지나친 자기애(나르시시즘)는 카리스마, 선견지명, 대중적 설득력, 좋은 위기관리 능력을 보인다.
- 그러나 동시에 낮은 청렴성, 맥락 무시, 성과 중심의 대인관계, 업무 이탈 등의 모습도 보였다.
- 직장 내에서 그들은 특권 의식, 개개인에 대한 관심 부족, 감정적 대응을 보인다.
- 나르시시즘에 취약한 직원일수록 이런 리더 밑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우리는 자신감 있는 태도를 지닌 리더를 원합니다. 자기 행동에 대한 확신이 있고, 실패나 좌절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마음도 있어야 믿고 따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죠. 그러나 그의 확신에 알맹이가 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자기 존중과 자아도취는 천지 차이지만 외적으로 볼 때 상당히 닮았습니다. 


 그 결과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을 기대하고 리더의 자리에 앉혀 놓은 그 사람이 높은 자리에서 떵떵거리며 부하 직원을 착취하고 있어요.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여전히 그들은 자기 자신을 카리스마, 선견지명, 높은 설득력, 훌륭한 위기관리 능력을 지닌 존재로 여긴다는 겁니다. 물론 그럴 수 있죠. 그들도 소위 업무 짬밥이라는 게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그러면 뭐 해요. 부하 직원들을 정서적으로, 체력적으로 지치고 취약하게 만들어서 쌓아올린 건데요.




 이런 직장 나르시시스트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는 제가 예전에 소개해드렸던 오늘의 심리학 128편을 참조해주세요.

https://brunch.co.kr/@3fbaksghkrk/292



 그런데 이런 직장 상사와 있으면서 하나 더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저런 놈과 있으면서도 별로 힘들어보이지 않고 잘 지내는 사람도 있거든요. 문득 '나만 이렇게 힘들어하나?' 하는 생각이 들며 우울해집니다. 앞선 연구를 이어서 소개해볼게요.



- 홀리스틱 접근법을 통해 71개 직장에 있는 총 235명의 리더를 분석한 결과 나르시시스트 리더에게 가장 민감한 영향을 받는 부하직원 역시 취약한 모습의 나르시시즘이 나타났다.
- 즉, 모든 사람이 나르시시스트 리더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들에 의해 업무 환경이 스트레스와 혼란으로 가득하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 클레몬트 대학원의 Paul Zak와 엔비시아 교육의 Kenneth Nowack의 2020년 연구에 따르면 이런 문제 전반이 '공감력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71개 직장에서 조사한 결과를 통해 이들이 내린 결론은 '본인도 나르시시스트 기질이 있는 사람이 나르시시스트 상사에게 더 어려움을 느낀다.' 였습니다. 군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등병 때는 "나는 짬 먹으면 후임들한테 엄청 잘 해줄 거야." 라고 하던 동기가 일병 말 정도 되니 부대 최고의 악마가 되어 있는 경우 있잖아요.




 그러면 나르시시스트 직장 상사에게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이런 걸까요?


 "너도 똑같은 놈이라 그래."

 "네가 그 사람을 공감하지 못 해서 그래. 이해하려고 노력해봐."





 으음... 딱 봐도 적절한 해결책은 아니네요. 저 역시 동의하지 않습니다.


 물론 나르시시스트 상사에게 유독 견디기 힘들어하는 이 중 저런 경우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들이 상사에게 보이는 반응은 불만과 분노입니다. 내가 지닌 부정적인 면을 대놓고 하고 있는 상사에 대한 투사적 반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헌데 이들에게 공포, 무기력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상사는 나를 잡아먹을 한 마리의 맹수처럼 보입니다. 뜯어 먹히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최대한 긴장하고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어김 없이 심기를 거스릅니다. 점점 상사에 대한 두려움이 커집니다.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못 하지?' 라는 무기력에 빠지게 돼요.


 이런 분들은 취약한 나르시시스트가 아니라 가스라이팅에 취약한 경우로 보는 게 적절합니다.




 어떤 건지 궁금하신 분은 오늘의 심리학 137편을 참조해주세요.

https://brunch.co.kr/@3fbaksghkrk/321



 그러니 고위직일수록 성격이 ㅈ 같은 심리학적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가 기대하는 리더의 모습이 나르시시스트의 자기애와 겉으로 보기에 비슷하다. (승진이 잘 된다.)

2. 나르시시스트의 적은 나르시시스트! 나도 혹시 나르시시스트?

3. 가스라이팅에 취약한 성격이라면 나르시시스트에게 얽혀 그들을 두려워하고 무기력해질 수 있다. (자연스레 직장에 오래 있지 못 할테고 승진 역시 하지 못 하겠죠.)





* 참고 자료


1. 왜 이기적인 사람이 성공할까?

 나르시시스트 뿐만 아니라 고위직이 지닐 수 있는 다양한 성격적 문제 유형을 설명하는 좋은 글입니다. 추천합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135

유튜브 영상 https://youtu.be/umECmYxR-qI



2. 나도 어쩌면 가스라이팅에 취약한 사람?

 내가 가스라이팅에 취약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심리학적 지식을 알려드립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321




3. 직장상사가 나르시시스트? 나르시시스트 번역기를 쓰세요!

 나르시시스트의 이야기를 곧이 곧대로 들으면 안 됩니다.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매순간 말을 바꾸기 때문인데요. 나르시시스트가 주로 쓰는 말을 소개하고 이 말을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 지도 알려드립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292



4. 자녀의 삶을 침범하는 독을 품은 부모님의 특징

 만약 부모님이 나르시시스트라면 자녀는 어떻게 될까요? 나르시시스트 부모님의 특징과 그에 맞는 대처법을 소개해드립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275




* 출처 자료


Why Do Narcissists Make Such Poor Leaders?

 New research shows why those who search for personal glory fail as leaders.

 Posted Apr 18, 2020 Susan Krauss Whitbourne Ph.D.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fulfillment-any-age/202004/why-do-narcissists-make-such-poor-leaders





* 반디심리연구소에서 상담을 받고 싶다면? / 강의를 요청하고 싶다면?


https://www.bandiboys.com/q-and-a



* 반디심리연구소 유튜브 채널 (구독과 댓글로 응원해주세요.)


유튜브 : https://url.kr/KI8LMU




매거진의 이전글 실수를 숨기기 위해 어리석은 선택까지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