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도와달라는 말도 쉽게 못 하는 사람들

[오늘의 심리학 #154.] 지나치게 약한 이들은 오히려 가시를 세운다.

Photo on Visual hunt




지나치게 약한 이들은 오히려 가시를 세운다.



 사람은 관계적인 존재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공유하고,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는 공동체로써 살아가기 위한 적절한 방법입니다. 예로부터 품앗이를 하였고, 계를 꾸렸죠. 넓은 의미에서 볼 때 화폐 경제 체제도 이런 공동체적 의미가 숨어있습니다. 나는 고구마를 키울 수 없지만 프로그래밍으로 돈을 벌었으니 고구마를 이 돈과 바꿔주지 않을래? 라고 얘기하는 거잖아요. 스스로 모든 걸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살 필요 없겠죠.


 그런데 직접적인 도움과 연민의 차원에서 이를 못 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내가 힘들다고 말하면 상대방한테 폐를 끼치는 거 아닐까? 라는 두려움이 있는 사람도 있겠네요. 반대로 내가 힘들다고 말하면 상대방이 나를 우습게 보고 나를 이용할 거야. 라는 생각도 있을 수 있고요.

 그런데 지금까지 이 '연민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연구가 되지 않았습니다. 새롭게 시작된 연구 분야인만큼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그 내용 살펴볼게요.


-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나의 어려움을 얘기하는 것)이 우울, 불안 등을 완화시킨다.
- 그러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하 연민 두려움)'은 우울과 불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 나의 취약성을 보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할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 즉, 연민 두려움이 있을수록 '사회적 안전'이 부재하게 된다.
- 연민 두려움은 자기 감정을 인식하기 어렵고, 감정 개방을 위험하게 여긴다.

- Olivia A. Merritt 와 Christine L. Purdon가 407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연민 두려움을 네 가지로 나누어 측정하였는데
 1) 타인에게 연민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하 Q1)
 2) 타인으로부터 연민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하 Q2)
 3) 자신에게 친절하게 혹은 어려움을 얘기하여 연민하도록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하 Q3)
 4) 그 외 내가 약해보이는 것, 배신, 의존성에 대한 우려(이하 Q4)


 결과를 보기 전에 여러분 스스로 체크해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실험은 우울증, 사회불안장애, 일반불안장애, 강박장애 등의 임상군과 일반적인 대조군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임상군과 임상군, 각 임상군과 대조군을 대조함으로써 알아낸 정보를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 Q1에 대해 우울증, 사회불안장애, 강박장애, 불안장애 임상군 모두 일반 대조군에 비해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 Q2는 임상군, 대조군 모두 차이가 없었다.
- Q3은 임상군 모두 대조군에 비해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 사회불안장애 그룹은 다른 사람들의 비판과 칭찬을 두려워한다. 자신에 대한 관심 자체를 피하기 때문에 일반불안장애보다 연민 두려움이 높았다.
- 우울증과 사회불안은 관계 형성에 더 큰 어려움을 반영한다. 자신이 연민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기기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힘들다는 얘기를 하지 못 한다.
- 강박증을 가진 사람은 가혹하고 비판적인 가정 환경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성장과정이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덜 동정적인 태도를 내재화할 수 있다.
- 강박증을 가진 사람은 '사람들이 나를 연민할 경우 나를 이용할 것', '나쁜 일을 한 사람을 동정하는 건 그들을 곤경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우울한 사람은 낮은 자기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힘들다고 인정 받을 자격이 없어.', '내가 이렇게 힘든데 다른 사람들한테 말하면 그들도 우울해질 거야.'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어려움을 자기 마음 속에만 꾹꾹 눌러담고 있습니다. 


 사회 불안을 가진 사람은 다른 이들의 주목을 두려워 합니다. 그게 칭찬이든, 연민이든, 비난이든 상관 없이 자기에게 향하는 주목 자체에 위축됩니다. 연민은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이는 나에게로 주목을 끄는 행위입니다. 쉽사리 할 수 없죠.


 강박을 가진 사람은 "~해야만 한다." 라는 생각을 굳건히 가지고 있습니다. 융통성 없이 굳은 생각은 '사람보다 일', '상황보다 결과'를 추구합니다. 강박의 기반에는 불안과 공포가 숨어 있어요. 세상이 불안하니까 자기만의 갑옷을 두텁게 하는 거죠. 그래서 괜히 약점 잡힐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건 이들에게 자살 행위죠.





 이 연구는 무척 흥미롭네요. 각 임상군마다 '연민', '도움 요청'에 대해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알 수 있다면 역으로 추적하여 그들이 공동체에 스며들 수 있게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인간의 행동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욕구를 충족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조금씩 공동체 정신이 옅어지고 있는 사회에서 관계 욕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답은 정해져 있어요. 우리는 어떻게든 관계해나갈 겁니다. 기왕 하려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좋아야겠죠.



* 참고 자료


1. 나의 괴로운 기억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다는 것

 나만 끙끙 앓고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일어나는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151

https://youtu.be/RfdlpXdS2sQ



2. 왜 나는 나를 못 살게 구나요? 이젠 벗어나세요.

 - 강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담겨 있는 글입니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157

https://youtu.be/3pO33HqH1KM



3.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우울증 비율이 유독 높은 이유

 한국의 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알아주죠. 나의 우울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맥락적 요인을 다뤄봅시다.

https://brunch.co.kr/@3fbaksghkrk/189



4. 불안, 걱정을 끊을 수 없는 이유

 불안 장애의 증상과 이유를 다루고 있는 글입니다. 불안한 이들은 불안이 자신을 도와준다고 믿는 경향이 있죠.

https://brunch.co.kr/@3fbaksghkrk/232




* 출처 자료


DEPRESSION

Facing Fears of Compassion in Anxiety and Depression

New research identifies obstacles to therapeutic engagement.

Posted May 17, 2020 Neighborhood Psychiatry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psychiatry-the-people/202005/facing-fears-compassion-in-anxiety-and-depression?collection=1144994




* 내용이 마음에 드시거나 형아쌤을 응원하시는 분은 유튜브 채널도 구경 와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gnbuQ-A59fsMkWTGn-GV2w


매거진의 이전글 공감을 잘 하면 병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