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치치 Oct 23. 2022

기적이 아닌 기저귀 위의 생일엽서라니

오늘의 인생(20221022토)

어제는 혜경스의 생일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 전날 근무였고, 다음날은 워크숍에 정신이 헤롱거렸다. 혜경스의 생일  아침 9시부터  9시까지 매우 피곤했다. 게다가 처가댁에서 집으로 오는  안에서 약간의 신경전까지.   잘못이다. 혜경스의 생일인데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조촐한 혜경스의 생파를 마치고, 나는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생일 엽서를 한 장 썼다. 때마침 만년필에 잉크를 채워놓아서, 오랜만에 만년필을 잡았다. 정성스럽게 엽서를 쓰고, 침대에 누웠다.


하온이가 3시간마다 울면서 깨는 덕분에 나도 모르게 깼다. 그것도 근무할 때 화재벨 소리에 깨는 것 같은 기분으로 말이다. 다음 날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했다. 혜경스가 깰까 봐 어두컴컴한 하온이 침대 옆에 혜경스에게 쓴 생일 엽서를 살포시 놓고 왔다.


역시 토요일이라 차가 막힌다. 팔당댐 500미터 전에 여행가는 차들이 줄줄이 소세지다. 갑자기 혜경스에게 카톡이 왔고, 반가운 마음에 카톡을 열어봤더니, “기저귀 위 생축카드라니ㅎ”


'하온이의 기적이 필요한  시점에 기저귀 위에다가 엽서를 놓았다니, 다음 달에 호캉스 갑시다.'

이전 17화 팔 빠질 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