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생(20221022토)
어제는 혜경스의 생일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 전날 근무였고, 다음날은 워크숍에 정신이 헤롱거렸다. 혜경스의 생일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매우 피곤했다. 게다가 처가댁에서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약간의 신경전까지. 다 내 잘못이다. 혜경스의 생일인데 말이다.
아이들과 함께 조촐한 혜경스의 생파를 마치고, 나는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생일 엽서를 한 장 썼다. 때마침 만년필에 잉크를 채워놓아서, 오랜만에 만년필을 잡았다. 정성스럽게 엽서를 쓰고, 침대에 누웠다.
하온이가 3시간마다 울면서 깨는 덕분에 나도 모르게 깼다. 그것도 근무할 때 화재벨 소리에 깨는 것 같은 기분으로 말이다. 다음 날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했다. 혜경스가 깰까 봐 어두컴컴한 하온이 침대 옆에 혜경스에게 쓴 생일 엽서를 살포시 놓고 왔다.
역시 토요일이라 차가 막힌다. 팔당댐 500미터 전에 여행가는 차들이 줄줄이 소세지다. 갑자기 혜경스에게 카톡이 왔고, 반가운 마음에 카톡을 열어봤더니, “기저귀 위 생축카드라니ㅎ”
'하온이의 기적이 필요한 이 시점에 기저귀 위에다가 엽서를 놓았다니, 다음 달에 호캉스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