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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싸이코박 닥터 Dec 24. 2022

'내 말이 맞아!'

보는 시점

드디어 남편이 내가 불어로 낸 책을 읽기 시작했다.

Cadeau pour mes 40 ans -마흔의 생일선물-


브런치의 매거진 '생일 선물'에 한글로 다시 썼는데 통역 힘들어서  내용을 써야겠다.


아모르 대학병원으로 엘리이나를 응급차로 이동했어야 할 때 '1초' 동안 아빠가 같이 가야 하나 하며 망설임이 있었다.

큰 아이의 질병 #0


엄마인 나는 엘리아나 동생 애들 셋이랑 여름휴가 놀러 간 숙소에 있었고 남편은 우리 차로 엘리아나를 데리고 두 번째 병원에 간 상태였다.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늦은 밤이라 피로도 쌓이고 응급차로 가면 다시 우리 차 찾으러 왔어야 했기 때문에 상황이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그 얘기를 쓰고 엘리아나와 아빠와 같은 응급차 타기를  '응급차 운전기사가 결정했다.'라고 써놓은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읽고

"이건 거짓말이야. 아빠인 내가 결정한 거야." 

하며 기분 나빠했다.


나는

"내 책은 내가 보는 관점에서 내가 쓴 거라 사실과 거짓이 없어. 객관적일 수가 없어. 주관적이야.

멀리서 그렇게 느꼈어.(전화로 받던 딸 소식)

그게 이해가 안 돼? 왜 그렇게 억울해해?

너 억울함 상처 있는 거 아냐?"

했다.


남편

"심리학 상담 나한테 하지 마. 난 너의 환자 아니야."


난 아직 상담자도 아닌데 남편에게 상담자가 됐다. 내가 말하는 모든 게 심리학 공부로 들리나 보다.


그래도 그 내용은 받아들이기 힘든가 보다.

아마 내 생각엔 다른 사람 눈에 '나쁜 아빠'로 보일 까봐 걱정인 것 같은데...


우린 서로 '내 말이 맞아!' 하고 있었다.




심리학 세계에 마음의 눈을 뜨면서 어떤 심리학공부가 좋을까 하며 찾았다.


베스트 친구 에르미온은 "긍정 심리학이 어때?" 하며 나한테 물어봤다.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 심리학.

근데 아무리 긍정이라도 생일선물 전에는 와닿지가 않았다.

사실 삶을 부정적으로 보는 날이 더 많았다.

누가 긍정적으로 봐도 난 대부분 부정적인 것들만 보였었다.


'먹고살기 위해 일하지. 일 하는 거 싫다.'

'살기 힘들다.'

'왜 내가 이걸 혼자 해야 되고 왜 나 혼자 고생하지? 너무 불공평해.'


그리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나를 구해주길 기다렸었다.


긍정 심리학도 좋지만 우선 진정한 내적 치유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CBT 인지행동치료 공부를 선택했다.


프랑스에서 의사들은 무슨 전공이든 다 할 수 있는 공부다.

하지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도 보내야 했다.

다행히 내 신청이 수락 됐고 다른 심리상담자들과 정신과의사 사이에서 삼 년 동안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어서 행복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론 두렵기도 했다.

인지행동치료를 배우는 건 다른 학생들도 처음이지만 그들과 다르게 나는 상담을 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나 혼자 미운오리 새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쁜 백조가 되는 꿈을 꾸는 미운오리 새끼. 


리즈 부르보의 Écoute ton corps (ETC) '네 몸의 소리를 들어라' 기초 교육도 이틀 동안 받았다.

그 덕분에 '무조건 늦으면 안 돼.' 란 비합리적인 신념을 버릴 수 있었고 늦어도 옛날처럼 화내지 않았다.

과학적으로 인정된 교육이었으면 리즈 부르보 교육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삼 년 동안 인지행동치료공부 하면서 또 생각이 바뀔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한다.

보통 사람들의 심리학 치료는 삶의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치료, 행복하게 살기 위한 치료라고 생각한다.


최면 공부도 그렇고 인지행동치료 공부도 그렇고 리즈부르보 학교도 그렇고 사용하는 단어만 다르지 과정, 목적 등 다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어릴 적 상처들 마주 보기.

그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생긴 비합리적인 신념들 버리기.

못했던 감정 표현하기.


그리고 핵심으로 고통에서 벗어나길 자기가 원해야 하는 것이다. 자기의 의지가 중요하다.


지금의 나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상처받은 것, 힘들었던 것, 그리고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비밀 다 털어놓고 나서부터였다.


그때부터 마음이 자유로워지고 내 스스로 돌보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자신을 먼저 돌보세요. 그러면 다른 사람을 돌볼 공간이 생깁니다.


나를 돌보는 것은 내가 필요한 것을 챙기는 것.

글을 쓰는 것은 나를 돌보는 방법 중에 하나다.

그래서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쓴다.




남편

"도대체 니 '생일선물'이 뭐야?"


"내  끝까지 읽어봐."



https://brunch.co.kr/@4179781ab6314eb/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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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4179781ab6314eb/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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