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외부의 힘이 인생을 만든다
우리는 흔히 인생을 계획대로 살아야 하고 그렇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자신의 노력과 열정으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고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할 때가 많습니다. 또한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끝없는 도전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이츠키 히로유키의 책 <타력>은 이러한 사고방식을 재고하게 만듭니다. 그가 말하는 타력(他力)은 한 마디로 인생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조언과 경험, 그리고 우연한 기회와 사건이 성공의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단순히 철학적 명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 어떤 때보다도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세계, 그중에서도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우리가 콘텐츠를 소비하고, 학습하는 방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츠키 히로유키의 <타력>은 바로 여기서 중요한 교훈을 제공합니다.
어떤 문장이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겁니다. 그 문장의 감동을 글에 녹여내서 응모한 단편소설이 신춘문예 당선작이 될 수도 있고요. 요 며칠 사이 노벨문학상 수상이 엄청난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나 <소년이 온다> 같은 소설을 읽고 느낀 인간의 고통과 회복에 대한 사색은 또 다른 문학이나 영화 등의 모티브로 틀림없이 진화할 것 같습니다.
한강 작가도 실제로 타력의 경험을 고백하고 있네요. <소년이 온다>를 쓸 때, 그 시작은 우연히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의 5월 광주 사진첩을 보게 된 순간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그 사진첩 속에는 당시의 끔찍한 상황과 광주의 거리에 쏟아진 피와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한강은 그것을 통해 깊은 충격과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순간, 그녀는 그 아픔을 어떻게든 글로 풀어내야겠다고 결심했고, 그 결과 <소년이 온다>라는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지요.
이 소설은 광주에서의 비극적 사건을 담담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그려내면서, 결국 그녀를 노벨문학상의 영예로 이끌었지요. 작가가 광주 사진첩을 통해 얻은 영감은 단순한 개인의 감동을 넘어, 한국 현대사의 상처와 그 회복의 가능성을 세계에 알리는 작품으로 거듭났다고 전해집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처음부터 정확히 어떤 영상을 볼지 정하지 않고 들어갑니다. 우연히 추천되는 영상을 클릭해 가며 새로운 정보를 얻고, 예상치 못한 관심사에 몰입하게 되죠. 이것이야말로 타력의 사례가 아닐까요?
유튜브가 아니더라도 영화 <기생충>을 보고 나서, 고급 주택가와 서민들이 살아가는 공간의 간극을 더 선명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그 영화에서처럼 도시생활의 이중적인 면모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가야금 곡조를 들으면서, 그 음악이 전하는 고요한 울림 속에서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합니다. 동시에 그 깊은 역사적 배경이 내 삶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새삼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북촌동 골목을 거닐다 보면, 마치 <응답하라 1988>의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동네의 분위기처럼, 따뜻하고 친근한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곳의 작은 가게들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스쳐 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의 소중함을 일깨우지요. "드라마 속에서 느꼈던 그 작은 행복이, 실제 서울의 골목에서 다시 살아나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정도로 마무리되는 에세이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강연에서 얻은 '행복'에 대한 통찰도 일상의 기록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어떤 TED 강연에서 들었던 '행복은 순간의 선택'이라는 말이 내 마음에 깊이 남았다. 서울의 분주한 거리에서 잠시 멈추고 나면, 그 강연이 말한 대로, 우리가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순간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 순간이 바로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는 나의 발걸음과 그 속에 스며 있는 모든 것들이었음을 알게 된다”처럼요.
혼자만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다
인생을 자신의 계획대로만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스트레스를 겪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내가 계획한 것이 늘 옳지 않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죠. 반대로,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우리의 기존 계획에 맞추기보다는 우리의 행동 패턴, 관심사, 그리고 심지어 순간의 기분까지 반영해 관련 콘텐츠를 추천해 줍니다. 이것이 바로 타력적인 삶의 비유가 될 수 있습니다. 마치 인생에서 만나는 우연한 조언이나 사건처럼, 우리는 때때로 나의 의도와 상관없는 영상에 깊이 빠져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각을 얻고, 삶에 대한 더 깊은 통찰을 얻게 되죠.
물론, 인생에서 계획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기반으로만 살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삶에도 스스로 세운 방향성과 목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언제나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인생의 여러 사건과 타인의 조언,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의 계획은 수정되고 보완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먹자골목에 간다고 치면 처음에는 단순히 마라탕을 먹으러 갔다가, 옆 가게에서 우연히 만난 아저씨의 추천으로 떡볶이집에 들르거나, 낙원상가에서 악기를 보려다가 예상치 못하게 고풍스러운 인사동 골목길을 걷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더 풍부한 경험을 얻게 됩니다.
똑 부러지기보다는 유연하게!
유튜브에서 내가 설정한 관심사만 고집한다면, 그 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예상치 못한 영상, 추천 콘텐츠를 수용하면서 우리는 더 넓은 세계를 만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됩니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계획하고자 하기보다는, 주위의 소리와 경험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속에서 얻은 통찰력과 지혜가 때로는 스스로의 노력보다 더 큰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이츠키 히로유키가 말하는 타력은 우리가 한 걸음 물러서서 인생을 바라보게 합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때로는 외부의 영향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때로는 우연이 가져다주는 기회가 나의 예상보다 훨씬 더 큰 가치를 가질 수 있으니까요.
Q.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이츠키 히로유키의 <타력>을 읽으며, 개인의 노력만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그의 주장이 흥미로웠다. 우리가 흔히 ‘내 힘으로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은 주변의 조언, 우연한 만남, 예상치 못한 경험들이 삶의 큰 변곡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험이 삶에도 많다는 점을 떠올리게 되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노벨문학상 수상과 연결되면서, 그의 창작 과정에도 ‘타력’이 작용했음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의 5월 광주 사진첩이 없었다면 이 작품은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런 사례들을 정리하면서, 현대인의 삶과 연결되는 흥미로운 글을 써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Q.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력’과 연결한 것이 독특한데, 어떤 과정에서 떠오른 발상인가?
A. 이츠키 히로유키가 말하는 타력은 기본적으로 "외부의 힘이 나를 이끌어준다"는 개념이다. 그런데 문득, 우리가 유튜브를 사용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영상을 찾지만 점점 추천 영상에 이끌려 들어간다. 때로는 의외의 콘텐츠에서 예상치 못한 영감을 얻기도 한다.
나 역시 유튜브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강연 영상을 보고 생각이 깊어진 적이 있다.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관련된 문학 작품을 읽고, 그 경험이 글을 쓰는 데 영향을 주기도 했다. 이것이야말로 현대적인 ‘타력’이 아닐까? 이 개념이 흥미로워서 유튜브 알고리즘을 활용해 설명해 보았다.
Q. 한강 작가의 사례를 글에 포함한 이유는?
A.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창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다시 조명되었다.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아버지의 5월 광주 사진첩이었다는 점이 강하게 와닿았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건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자료나 타인의 경험이 필수적이다. 사진첩을 통해 받은 충격과 감정이 작품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이야말로 타력의 개념을 잘 보여준다. 단순히 작가 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역사적 기록, 가족의 기억, 그리고 시대적 분위기가 어우러지며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래서 글의 주제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다.
Q. 먹자골목이나 북촌 골목 같은 장소를 예시로 든 이유는?
A. 이 글이 너무 철학적이거나 개념적이지 않게 실제 일상의 경험과 연결되도록 하고 싶었다. 먹자골목에서 원래는 마라탕을 먹으러 갔다가 예상치 못한 추천으로 떡볶이를 먹게 되는 일처럼, 우리는 계획한 대로만 살지 않는다. 이런 작은 사례들이 ‘타력’이라는 개념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생각했다.
북촌이나 인사동 같은 공간은 사람들이 우연히 방문해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 곳이다. 골목을 걷다가 예상치 못한 가게를 발견하고 뜻밖의 감동을 받는 경험이 흔하다. 그런 장소적 특성을 활용하면 독자들도 공감하면서 글을 읽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Q. 이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A. 우리는 종종 ‘내가 모든 걸 계획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다. 하지만, 인생은 의외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더 풍부해진다. 때로는 내 힘이 아니라, 주변에서 다가오는 기회, 조언, 혹은 작은 우연들이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처음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콘텐츠에 빠져들며 새로운 지식을 얻기도 한다. 인생도 그렇게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더 흥미롭고 다채로워진다. 계획도 중요하지만 그 계획은 바뀔 수도 있다. 그런 유연함을 갖는 것이야말로 더 만족스러운 삶을 만드는 길이라는 점을 전달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