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날아서

친구를 위한 축가

by 숨쉬는 순간

주말에 결혼식이 있어서 남편과 일찌감치 서울로 향했다. 고등학생 친구 3명 중 아직 결혼을 안한 친구의 결혼식날이었다.


축가 해줄 수 있어?


한 달전, 청첩장 모임에서 남편을 위해 해주고 싶단 제안에 다들 얼어붙었다. 생애 첫 축가. 우리들 중 누구도 축가한 경험이 없었기에.


좋아. 난 상관없어.


내가 흔쾌히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긍정적인 내 반응에 나머지 둘은 염려했다.


우리 망치면 어떻게?

갑분싸 되면?

축사는 해봤어도..

우리 추억도 생기고 좋지 않을까?


나만 좋다고 싱글벙글, 이제 모두 결혼했으니 다시 오지 않을 결혼식에서 축가의 추억이 있다면야.

다행히도 축가 노래는 정해져 있었고 결정만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제목은?

이문세의 깊은 밤을 날아서.


집으로 돌아 온 그때부터 틈만 나면 노래를 불렀다. 퇴근하고 돌아 온 남편을 위해 세레나데처럼 불러주고, 게임하고 있는 방에 들어가 부르며

가사를 외우길 반복했다. 별 어렵지도 않은 가사인데 왜 자꾸 버벅거리는지.


결혼식이 다가 올 무렵. 각자 연습만 했으니 한 번 만나서 맞춰보자고 곧 출산을 앞둔 친구네 집으로 모였다. 직접 만든 티라미수와 과일들을 대접해주니 입이 즐겁고 또 신이 나서 떠들다가 마이크 대신 포크를 쥐고서. 파트별로 나눠진 구간에 맞춰 뮤직 스타트.


난 오직 그대 사랑하는 마음에 바보같은 꿈꾸며

이룰 수 없는 저 꿈의 나라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어


친구의 깜짝 손님 멘트가 이어지고 신부 토스


난 오직 그대 사랑하는 마음에 밤하늘을 날아서

그대 잠든 모습 바라보다가 입맞추고 날아가고 파.


00아 결혼 축하해!


막상 만나서 연습하니 실수 연발하거나 마지막 결혼축하해를 생일축하해로 부르는 난리까지.

다들 서로 훈계를 두며 결혼식날 제대로 하자고 다짐하며 헤어졌다.


진짜 잘해야 돼. 신부가 부르다 실수하면 재밌기도 하지만 축가 부르는 사람이 절면 갑분싸야. 가사만 절지 마.


내 결혼식도 아닌 친구 결혼식. 남편도 절대 틀려선 안된다며 교회를 가거나 차량 이동할 때 멜론을 틀어 수십 번 부르기를 반복하다보니 하루 전날 밤이 되자 잠들기 직전 노랫말이 떠올라 뒤척거릴 정도였다.


결혼식 날 신부보다 긴장한 채로 예식 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둘다 바짝 목이 마른다며 물을 사오느라 물이 5병이나 있었다. 리허설은 성공적이었다. 친구 남편이 잘한다는 말에 안심했다.


결혼식이 시작되고 축가 순서에 버진로드에 올라가서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신부가 가사를 바꿔불렀으나 마무리하고 나니 어찌나 홀가분 했는지 모른다. 남편이 찍어준 동영상을 보니 하객들 전부 즐긴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치만.. 두 번 다신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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