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페민 한 달, 효과 있을까
가장 만만한 약, 프리페민
흔히들 좋다는 음식이나 운동 같은 거 말고, 정말로 PMS 증상을 개선해 줄 무언가가 절실했다.
찾아보니, 생약제제, 항우울제, 사전 경구피임약 등 여러 약물 치료요법이 있었다. 병원 처방이 필요한 약도 있었지만, '프리페민 정'은 처방없이도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었다. 출시 10년 된 워낙 유명한 약이라, PMS 개선을 위한 첫 주자로 부담없이 택하게 됐다.
이 약에게 내가 기대하는 것
프리페민 속 생약 성분이 프로락틴을 감소시켜 PMS 증상을 완화한다고 한다.
호르몬인 '프로락틴'과 '도파민(행복, 의욕 조절 호르몬)'은 서로 반비례 관계이기에, 프리페민을 복용하면 자연스레 기분 관련 증상에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부가적으로는, 프로락틴이 '유선 자극 호르몬'이기에 발생한 가슴통증이 나아지길 기대했다.
효과는 3개월부터-라는데?
약 설명에 따르면, 1일 1회 최소 3개월간 복용해야 가시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물론 나는 아직 한 달차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매일 같은 시간마다 꾸준히 복용했기에, 약간의 효과가 있을지 궁금했다. 그래서 약 복용 직전에 겪었던 생리와, 약복용 후의 첫 생리를 비교한 일지를 정리해보았다.
# 생리 D-5 : 공허함, 예민함.
남의 말이 날카롭게 들리고, 계속. 꼬아서 듣게 됐다.
기분의 조울증이 심하고, 매운 게 땡겼다.
지난 생리 D-5 만큼 식욕이 폭발하진 않았다.
# 생리 D-4 : 여전히 안절부절, 비관적
식욕이 오르고, 텐션이 떨어졌다.
현 상황에 대한 현타, 미래에 대한 걱정이 가득.
스스로의 모난 점을 떠올리는, 비관적인 생각을 했다.
지난 생리 D-4 보다는 집중력이 아주 조금 나았다.
# 생리 D-3 : 졸리고 배고프고 즉흥적
수면양이 늘어서, 잠을 8시간 자도 피곤했다.
식욕 슬슬 돋고, 탄수화물 (빵) 계속 먹고, 매운 마라탕을 먹었다.
즉흥도가 올라서, 평소 잘 하지 않는 산책도 하고 와인도 샀다.
약간의 공허함과 우울은 복근운동 하니까 괜찮아졌다.
할 일에 대한 강박이 있었지만, 스스로를 다독였다.
지난 생리 D-3 보다는 생산성에 대한 강박이 줄었다.
가슴 통증도, 식욕도 약간 덜 했다. 기분이 조금 나았다.
# 생리 D-2 : 걱정, 현타, 물욕
당장 뭘 해야 할 지 모르고 이대로 살 수 있을까 현타가 왔다.
특히 앞으로 가족과 싸울 일들 등등 안좋은 생각만 들었다.
짧지만 깊은 집중력이 생기긴 했다.
물욕이 들끓고, 달고 맵고 짠 음식이 땡겼다. (와플, 파스타, 떡볶이 등)
평소보다 살짝 적게 요리했는데 알맞고 배불렀다.
다만 뭘 먹어도 맛이 절반정도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생리 D-2 에 비해 식욕이 더 올랐다.
다만 집중력은 더 나아진 듯하다.
# 생리 D-1 : 편두통, 예민함, 부정적 회상
잠을 평소보다 많이 (8시간) 자서 개운했다.
식욕과 소비욕 폭발해서, 달달한 빵 사서 출근했다
평소보다 잘 꾸미고 출근해서, 기분이 종일 괜찮았다.
파토 낼까 고민했던 점심 약속이 있었는데, 다행히 잘 다녀왔다.
무언가에 집중은 되는데, 머리가 아팠다. 편두통인가.
한 친구가 말귀 못알아듣는 게 유독 거슬리고 짜증나긴 했다.
이날 먹은 밥은 평소보다 맛이 잘 안 느껴졌다.
운동하면서도 잡다한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더라.
지난 생리 D-1 보다는 공격성이 낮아졌다.
부정적인 생각은 여전하다.
# 생리 시작 D-DAY : 감정의 모순, 인생 회의감
잠을 길게 못자서 그런지 내내 피곤했다.
탄수화물 (빵) 사 먹고, 달달한 사탕 먹고, 매운 음식을 먹었다.
수영 다녀왔는데, 확실히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걸 체감했다.
내 삶, 내 인간관계에 회의감 들고, 스스로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누굴 만나야 할 것 같은 강박과, 그럼에도 혼자 있고픈 마음이 공존했다.
우울해서 와인먹고 일찍 뻗었는데,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지난 생리 D+1 처럼, 매운 게 땡겨서 엽떡을 먹었다.
우울함은 여전했다.
# 생리 D+2 : 약간의 인내심은 있다
가족, 지인과 물리적으로 가까워질때마다 살짝 불쾌감이 들었다.
먹던 거 주는 거, 내 그릇에 손대는 거 등등. 그치만 참았다. 잘 참았다.
TV 속 빌런 출연자보고 빡칠 만큼 감정이 쉽게 들끓긴 했다.
운동능력이 떨어져서, 자전거 타기가 힘들었다.
지난 생리 D+2 보다, 약간 더 인내심이 생긴 듯 하다.
자잘한 짜증은 났지만, 이성을 붙잡을 수 있었다.
약간의 효과가 있는 듯한 기분
세 달을 복용해야 가시적인 효과가 있다는데, 그런 약을 먹은 지 이제 겨우 한 달.
그래서 개선되었다고 느끼는 것이 더 착각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조금은 효과가 있다고 느꼈다. 정신적인 것보다는 육체적인 통증에 좀 더 개선된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
플라시보 효과라도 좋다
'그래도 난 약을 먹고 있고, 앞으로 점점 더 나아질 거다', 그렇게 믿고 약을 복용하는 것.
이것 자체가 나에겐 큰 의미가 있다. 못해도 이전보다는 훨씬 더 나을 거라는 믿음이, 나를 안심시켜 준다. 다가 올 생리가 조금 덜 두려워진달까. 그래서 앞으로 몇 개월 더 먹어보며, 효과를 지켜볼 것이다.
너무 큰 바램이겠지만
앞으로 성가심을 참고 몇 개월 꾸준히 먹을테니, 그만큼 약도 열일해주면 좋겠다.
생리 전 기간을 굳이 내가 먼저 의식하지 않는, 바쁘게 살다보니 생리 시작을 당일에 알아채게 되는.
그런 미래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번거롭지만, 매일 아침 10시마다 꼬박꼬박! 잊지말고 잘 먹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