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자기 회복을 아는 부모

흔들리는 아이, 흔들리는 부모(3)

by 모라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자기 회복을 아는 부모


“잘 키우고 싶었어요.”
“우리 아이만큼은… 나처럼 상처받지 않게 하고 싶었어요.”

많은 부모들이 그렇게 말합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우리는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어서
많은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전문가들의 말을 참고합니다.
아이의 두뇌 발달, 사회성, 자기 조절, 인성 교육까지…
부모가 해줘야 할 게 너무 많습니다.

이쯤 되면, 마음이 이렇게 묻습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여전히 한국 사회는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나 자녀의 성취를
부모의 성공처럼 여깁니다.

공부도 잘해야 하고,
말도 예쁘게 해야 하고,
체력도 키워야 하고,
관계도 잘 맺어야 하고…

이 모든 걸 부모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은근한 압박처럼 우리를 짓누릅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자기 기준과 방향을 잃고,
전문가마다 다른 말에 혼란을 느끼고,
“나는 왜 이렇게 못하나” 하는 자책에 빠지곤 합니다.


결국, 이 모든 부담은
부모의 정서적인 안정감을 흔들고
그 불안이 아이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위험을 만들어냅니다.

훈육이 감정의 분출로 바뀌고,
양육이 조급한 통제로 흘러가고,
사랑이 두려움에 덧칠될 수도 있습니다.


부모가 양육의 주도권과 기준을 잃어버릴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부모의 마음이에요.


사실, 저는 과거 한부모 가정의 어머님을 만나며
이런 생각이 더 깊어졌습니다.

이 가정은 원래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갑작스러운 사업 실패로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사회생활을 한 번도 해보지 않으셨던 어머님이
초등학생 아들과 단둘이 지방으로 내려오게 되셨죠.

이 어머님이 정말 인상 깊었던 건,
스스로의 상황을 숨기거나 미안해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엄마는 이제 우리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돈을 벌 거야.
너도 너의 역할을 해줘야 해.”

그 말이 무게로 느껴지기보다
신뢰와 연결감으로 다가왔던 이유는,
그 어머님이 스스로를 당당하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양육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죄책감에 빠뜨리지 않으며,
아이에게 당당한 보호자의 모습을 보여준 겁니다.


놀랍게도, 아이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엄마는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어.”

라고 말하며 혼자 학교를 등하교하고,

하교 후에는 학원 대신 지역아동센터에 스스로 가며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내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완벽한 부모가 되기 위해 하는 많은 노력들...
양질의 학원, 고급 교재, 온갖 프로그램...
그게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일까?

혹시, 부모인 내가 불안하지 않기 위해 추구하는 완벽함은 아닐까?


그 어머님처럼,
부족한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죄책감에 빠뜨리지 않고,
당당히 서서 아이와 함께 걸어가는 모습.
그게 바로 심리적으로 자립한 부모의 태도 아닐까요?


그래서, 꼭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는 적당한 결핍 속에서 더 잘 자랄 수 있으니까요.

아동발달심리학자 앨런 슐로어(Alan Sroufe)의 연구에 따르면,

적절한 좌절과 결핍을 경험한 아이들은

오히려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더 강하게 발달한다고 합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충족된 환경에서는

오히려 내적 자원을 키울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죠.

부모가 모든 걸 다 해주지 않아도,

부모가 가끔 실수해도,

중요한 건 그 안에서 회복하고 연결되려는 부모의 진심입니다.


영국의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콧은
“충분히 좋은 부모(good enough parent)”를 이야기했습니다.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실수를 인정하고 회복할 줄 아는 부모
자기감정을 인식하고, 다스릴 수 있는 부모
아이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꾸준히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부모

그게 오히려 아이의 건강한 발달을 돕는다고 말했습니다.

부모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아이가 알 때,
아이는 흔들려도 괜찮다는 감각을 배우게 됩니다.


“엄마가 아까는 좀 예민했어.”
“아빠가 말이 좀 날카로웠지? 미안해.”
“그래도 너를 사랑하는 건 변하지 않아.”

이런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주는 울림은 매우 깊습니다.

우리가 부모로서 완벽하려 애쓰기보다
나를 회복하고, 아이와 다시 연결되려는 마음을 선택할 때
가족은 함께 성장합니다.


흔들려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관계의 힘입니다.

그리고 그 힘은
자기 회복력을 가진 어른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만약 오늘 하루, 아이와의 갈등이나 실수가 있었다면

그 장면을 되짚어보세요.
“그 순간, 나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그때 내가 무슨 말을 들었다면, 위로가 되었을까?”
그리고 아이에게, 짧게라도 솔직한 마음을 전해 보세요.
그 한마디가,
아이의 내면에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다음화 예고]

《모라의 정원》 4화: 실패에도 무너지지 않는 아이를 키우려면 챕터를 시작합니다.

아이의 실패 앞에서,
부모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실패에 약한 아이, 좌절을 크게 겪는 아이…
그 뿌리를 함께 살펴보고,
실패를 견디고 회복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기 위한
심리적 자립의 다음 여정을 함께 걸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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