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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여름 Nov 08. 2024

휴식도 습관이라서

비는 시간에 무엇을 할지 정하기 어렵다면 운동, 독서, 외국어를 배워보자

나무 밑 은행을 조심스레 피해 가며 길을 거니는 가을이 붉었습니다. 계획했던 일들을 한 칸씩 채워가다 보면 빈 곳이 잘 보입니다. 퇴근 후와 쉬는 날 시간을 가져갔던 이번 연도의 자격증, 개발 공부가 끝나자 미뤄두고 소홀했던 이들이 얼굴을 비추어옵니다.


읽으니까

뭘 할지 모를 때는 독서, 운동, 외국어 공부를 해보라는 이야기는 귀에 걸리도록 들어오셨을 겁니다. 브런치 글쓰기 덕분에 계속하던 독서는 경제, 소설 영역으로 범위를 확장시켰답니다.


자기계발, 에세이, 건강 서적을 주로 접하니 쓰이던 글에도 한계가 생겼습니다. 새로운 장르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면 거부감을 호기심으로 바꾸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읽은 만큼 생각하고 경험한 만큼 쓸 수 있더군요.


독서라는 습관은 삶의 문제를 풀기 위한 도구가 되곤 해서 귀찮음과 지루한 순간을 넘기는 방법을 터득하면 비로소 익숙해집니다.

저는 밀리의 서재를 통해 하이라이트 기능으로 마음에 쏙 드는 문장을 쌓아서 모아 보기 위해 다음 장을 펼치는데요.


정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 어려우면 밑줄 한 번 더 치러 가자는 마음을 부담 없이 편안하게 앱에 접속합니다.

아직은 읽는 것만큼이나 여전히 첫 번째 줄과 마지막 줄을 써 내려가는 건 어렵지만 그래도 매주 하다 보면 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의도치 않게 가게된 회사 단체여행길(워크샵)에서 만난 풍경입니다. 푸르른 하늘과 울긋불긋한 나무가 행복처럼 줄지어 있습니다.

움직이니까

기사 시험이 끝나가는 시점부터 빼앗긴 건강이 보내는 적신호가 루틴을 바꾸었습니다. 평일 4~5일, 주말 1~2일 최소 5번 이상 저녁 9시가 되면 헬스장에서 스트레칭하고 유산소와 전신 운동을 한 지 3주차입니다.


커피를 끊고 몸을 움직이니 제 컨디션이 어떤지 알기 쉬워졌습니다. 음식이 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고 먹으며 동작이 제 근육을 어떻게 풀고 늘리는지 알고 움직이는 일은 번거롭지만 꽤나 흥미롭습니다. 


얼핏 당연한 것처럼 보였던 행동에도 사용법이 있어서 배우고 있습니다. 알고 하는지 혹은 모르는데 아는 것처럼 하는지는 자신감이라는 큰 차이로  결과가 나타납니다. 


여행 일정인 지리산 노고단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 쉽지는 않았지만, 무릎이 아프지 않은 자세로 끝까지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평상시의 노력이 힘을 발휘했기 때문일 겁니다.

우연히 만난 산행객 부부는 먼저 사진을 찍어주신다며 다가오셨고, 두 분이 같이 찍으면 사진 버린다는 농담을 하셨지만 서로를 챙기는 모습에서 아끼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지리산 정기를 받은 인근 소나무 숲길로 들어선 천은사에는 잘 되고 안 되고를 놓아버리고 묵묵히 관세음보살 천일기도를 수행 중인 스님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중간에 그만두지 않게 기간을 정해두고, 마이크를 차고 기도 문구 인쇄본을 들고 천장에 걸린 염원 종이들을 바라보며 기도에 정진하고 계신 장면이 신기하다고나 할까요?




말하고 들으니까

쓸 줄 아는 언어의 범위가 늘어나면 사는 세계관도 넓어진다고 합니다. 올해는 영어로 의사표현을 해보고 싶어서 연초부터 강의도 듣고 시험도 보고 조금씩 시도해 왔지만 바라는 정도까지 가기에는 턱도 없었습니다.


헬스장 다녀온 후에는 영어를 단 30분에서 1시간이라도 귀로 들은 걸 제 입으로 말하고 손으로 쓰는 연습을 하는 중입니다. 짧은 시간 여행 준비로 이번주는 소홀했던 터라 주말에 밀린 공부를 하면서 흐름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방법을 정해놓으니 그대로 배운 결과물이 겹겹이 모이게 되었던 경험을 외국어 학습에도 적용해보고 있습니다.

못해도 지금의 상황을 인정하고 그냥 하면 나이 든 제가 젊은 날의 저에게 고마워할 듯합니다.

작은 돌탑을 앞두고 순간 로또 당첨이 아닌 지금보다 더 제 자신에게 만족하는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하는 걸 보면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와닿습니다.

읽으니까(독서), 움직이니까(운동), 말하고 들으니까(외국어) 삶이 심심할 틈이 없어지는데요, 한 가지 중요한 습관이 더 있습니다. 오늘의 글에 첨부된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바로 휴식입니다.


여러분은 쉬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피곤하면 다이어트 효과, 공부 능률, 문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여가 시간이 주는 소소한 여유를 무시하시기보다는 알아봐주시는 건 어떠신가요?

새로운 것은 나에게 이득이 될 수도 있지만, 만에 하나 죽음과 직결될 수도 있기에 가능한 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뇌는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 것을 선택하게 됩니다.

자, 이제 페이지를 넘기십시오. 파괴적인 감정습관에서 벗어나십시오. 새로운 습관의 문이 눈앞에 와 있습니다.
- 박용철 작가님, 감정도 습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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