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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다희 Oct 24. 2024

엘리베이터 버튼을 두 번 누르는 이유

엘리베이터 버튼을 두 번 누르는 이유: 통제의 환상


엘리베이터 앞에서 우리는 종종 이미 눌려 있는 버튼을 다시 누른다. “혹시 제대로 안 눌렸을 수도 있어”라며. 하지만 이 행동에는 단순한 조급함 이상의 심리적·철학적 진실이 숨어 있다. 이 글에서는 왜 사람들이 이미 누른 버튼을 다시 누르며, 그 행동 속에 담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해보겠다.


1. 인간은 통제감을 갈망한다


엘리베이터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기계다. 버튼을 누른 순간 모든 것은 엘리베이터의 손(?)에 달려 있다. 다시 누르는 행위는 일종의 통제감을 찾으려는 몸부림이다. 버튼을 두 번 누른다고 더 빨리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어쩐지 안심이 된다. 이는 우리가 무의미한 일이라도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감각을 필요로 한다는 걸 보여준다.


2. 실존적 불안: 기다림의 고통


사르트르는 “인간은 기다리는 동안 가장 불안하다”고 말했다. 기다림은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즉 무력함을 상징한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다시 누르는 것은 그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작은 저항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보다는 버튼이라도 한 번 더 누르는 편이 마음이 편한 것이다. 결국 이 행위는 불안에 맞서는 작은 의식이 된다.


3. 마법적 사고: 버튼의 마력


어린 시절 우리는 특정한 행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예를 들어, “이제부터 10초 동안 숨을 참으면 비가 그친다” 같은 생각이다. 이미 눌린 엘리베이터 버튼을 다시 누르는 것도 이와 유사한 마법적 사고다. 두 번째로 누름으로써 엘리베이터가 더 빨리 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이건 논리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지만, 이 작은 행위는 무의식 속에서 일종의 위안을 준다.


4. 사회적 습관: 남들도 누르니까 나도 누른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두 번 누르는 것은 사회적 습관일 수도 있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한다. 누군가 앞사람이 이미 누른 버튼을 다시 누르는 걸 보면, 우리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게 된다. 이는 **“다른 사람들도 불안을 느끼는구나”**라는 일종의 연대감을 준다. 불필요한 행동일지라도 남들이 하는 걸 보면서 따라 하게 되는 것이다.


5. 결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것은 삶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두 번 누르는 행위는 무의미해 보이지만, 그것은 우리 삶의 여러 측면을 상징한다.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뭔가를 하고 싶어 하고, 불안 속에서도 작은 위안을 찾으려 하며, 사회적 행동을 따라 하는 인간의 본질을 보여준다.


그러니 다음에 엘리베이터 버튼을 두 번 누르게 되면 스스로를 탓하지 말자. 그건 단순히 조급함이 아니라, 삶의 복잡한 감정을 소화하는 당신만의 방식일 뿐이다.


“엘리베이터가 빨리 오지 않는다고 해서 화내지 말자. 삶도 마찬가지다. 결국 도착할 곳에 도착하니, 그저 그 순간을 즐기며 기다리는 법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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