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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군 Aug 18. 2023

벨기에에서

소매치기를 당하다

벨기에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핏 좋은 슈트를 차려입은 남성'의 이미지였다. 

그런 벨기에에서 좋은 쪽으로든 아니든 인상적이었던 것들 하면...

오줌싸개 동상, 초콜릿 그리고 브뤼주...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엇보다 '소매치기'였다.   


그 내막은 이랬다.

런던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벨기에에 도착했다. 

큰 배낭과 작은 배낭을 앞뒤로 메고 버스를 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갑자기 뒷목에서 무엇인가 흐르는 것 같았고 흑인 한 명이 내 어깨를 치며 말을 걸었다. 

소매치기라는 직감이 왔다. 

무시하고 계단을 마저 내려와서 일단 벽을 보고 선 채로 배낭 두 개를 무릎 앞에 내려놓았다. 

나를 따라온 그 흑인의 말은 계속 무시하고 휴지를 꺼내 뒷목 부분을 닦아보니 요거트 같은 것이었다. 

그 사람이 한 짓이 분명했다.  

화가 난 나는 뭐라고 한 소리 해주려고 돌아봤는데...

없다...

조금 전까지 분명 흑인 한 명이 있었는데 없다.

그리고 또... 없다.

작은 배낭이 없다.

분명 벽과 내 다리 사이에 밀착시켜 놓았는데 없어졌다.

믿기지 않았다.  

눈뜨고 당한 것이다.

다른 건 잃어버려도 괜찮았지만 그 배낭에 카메라가 있었다.


다음 날 현지 경찰서로 가서 사건 경위를 설명하고 소지품을 도난당했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또 가까운 쇼핑센터에 가서 똑딱이 디카 하나를 샀다. 

그리고 나서야 나머지 벨기에에서의 여행을 진행할 수 있었다.

지나고 보니 그 황당하고 화났던 기억도 재밌는 추억이 되었다.

내 젊은 날의 유럽배낭여행 얘기를 할 때면 빠지지 않는 무용담이 되었다.  

소매치기를 당하고 벨기에 경찰서까지 가본 것은 좀처럼 하기 힘든 경험이므로...


그렇다 보니 벨기에에 대한 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았다. 

특히 브뤼셀 같은 경우는 독특한 느낌도 없는 도시였다. 

오줌싸개동상처럼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다만 여기도 영국처럼 뜻밖의 수확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브뤼주였다. 

운하가 있는 도시였는데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소박한 곳이어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여기도 한 번쯤은 더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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