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챗봇에 흔들리는 내 마음

— 도구로서의 효율이 아닌, 대화의 태도에 끌리는 마음

제게 있어 지피티는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친근한 조수같은 존재입니다.

'그걸줘'라면 정말로 그걸 가져다 줄만큼, 편안한 느낌이죠.

물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기사에서 흔히 나오듯, 이따금 클로드나 제미나이가 더 나은 점도 있겠죠.


하지만, 아무리 낡아도 오래 사용한 도구가 더 편하고 쓸모가 있듯이,

제게는 2년 가까이 사용한 지피티가 가장 친숙하고 편합니다.


그런데 최근, 조금 다른 태도를 가진 인공지능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한 발짝 물러서서, 감정을 섞기보다 구조를 먼저 잡고,

쉽게 동의하지 않고 기준을 유지하려는 태도.

마치 엄격한 집사처럼 보이는 그 방식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다른 것들도 써 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것은 다양한 선택지를 차분하게 늘어놓으며

“이 중에서 어떤 것이 더 마음에 드시나요?”라고 묻는 사서 같은 느낌이었고,

어떤 것은 사회의 반응과 흐름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말 많은 기자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묵묵히 일에 열중하는 연구원 같은 챗봇도 있었습니다.


처음에 챗봇을 사용하기 시작할 때는 이런 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얼마나 결과를 잘 낼까? 성능이 어느 정도 될까?"라는 것만 생각했죠.

인공지능 시대, 조금이라도 남보다 늦고 싶지 않다는 욕망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성능과는 다른 이유로 클로드에 손을 대기 시작하자. 조금씩 다른게 보였습니다.


같은 이야기에 대해서 서로 다른 태도.

그 분위기가 다른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죠.

내친김에 제미나이와 그록에도 손을 대고 보니, 뭔가가 달라보입니다.

딥시크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그건 따로 다루겠습니다


어찌되었든, 매우 다른 특성들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고민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제대로 선택하지 않으면 '뒤쳐질 것 같다'라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거든요.


취향대로 고르고 싶기도 하지만, 상황마다 나누어 쓰는 것도 좋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이 질문은 어딘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끌린 것은 특정한 기능이 아니라 태도였기 때문입니다.


제안을 밀어주는 태도

거리를 두고 판단하는 태도

선택지를 펼쳐주는 태도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


각각의 인공지능은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있었지만,

그 차이는 결국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사고의 태도와 닮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꾸게 되었습니다.

“어떤 챗봇을 써야 할까?”가 아니라

“나는 어떤 태도로 생각하고 싶은가?”


우리는 때로는


아이디어를 밀어주는 조수를 원하고,

냉정하게 정리해 주는 집사를 원하며,

가능성을 넓혀주는 사서를 찾고,

세상의 흐름을 알려주는 기자의 시선을 필요로 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어떤 챗봇을 선택하느냐는 기능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 태도가 내 사고 방식과 맞는가,

그 선택이 결국 내 판단인가.


어쩌면 챗봇을 선택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이미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요?



챗봇에 휘둘리는 내 마음

1. 칭찬하는 챗봇에 대한 의심 — 호기심에서 시작한 반추

2. 멈추지 않는 챗봇을 마주한 당혹 — 갈림길에서 일어나는 주저

3. 효율적인 프롬프트 앞에 선 의문 — 효율과 사유 사이의 고민

4. 챗봇을 탓하고 싶은 유혹 — 판단과 책임의 굴레에서 시작되는 결심

5. 여러 챗봇에 흔들리는 내 마음 — 도구로서의 효율이 아닌, 대화의 태도에 끌리는 마음

6. 왜 어떤 사람들은 여러 인공지능이 똑같다고 할까? — 성능이 아닌 세계관으로 나뉘는 마

7. 왜 나는 한국어로 물었는데, AI의 답은 어딘가 다를까 — 성능이 아닌 세계관으로 나뉘는 마음

8. AI는 우리말로 답하는데 왜 다른 말이 보일까? ― 남의 나라 말로 생각하는 챗봇을 마주한 불편

9. 나는 우리말로 검색하는데 왜 다른 말로 찾을까? — 어떤 창으로 세계를 보고 있는가를 마주한 당혹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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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아이콘과 다양한 성능.

우리 앞에는 여러 선택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성능만이 이유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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