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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빠 May 23. 2023

2. 애는 엄마가 보고 돈은 남자가 벌어야지

하성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1층 할머니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아기는 어린이집에 갔어요? “
“네 방금 데려다주고 오는 길입니다.”
"아기가 참 이뻐~~ 아빠 말도 잘 듣고 엄마도 안 찾고~~ 이뻐”
1층 할머니는 언제나 나와 하성이를 보면 이쁘다며 여러 가지 칭찬을 해주셨다.
육아를 시작하고 놀이터에서 마주치는 엄마들이 많이 어색하던 시절이 있었다. 부담 없이 맘 편히 다가갈 수 있는 분들이 있었는데 집 앞 놀이터 옆 정자에 옹기종기 모여 계신 할머니들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놀이터에 들리면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 주시는 분들이었다.
“어~ 아기 아빠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사 왔어요?”
“네~ 여기 106동으로 얼마 전에 이사 왔습니다.”
“그래? 나도 106동 사는데 몇 호?”
처음에는 여러 가지 기초적인 정보들을 물어보셨다. 하성이는 할머니들이 낯설어서 그런지 경계를 하다가 눈에 익은 후에는 할머니들이 있는 정자에도 올라가 부채도 흔들고 할머니들 가방을 만지기도 했다.
“하성아 함부로 만지면 안 돼요.”
“아녀, 괜찮유. 이게 궁금해?”
하성이를 잘 받아주셔서 그런지 할머니들이 놀이터의 있는 엄마들과는 다르게 불편하지 않았다. 그 후로 자주 할머니들이 모여계신 곳을 찾았다.
어느 날은 한 할머니가 아내에 대해서 물어보셨다.
"아기 엄마는 머 하고 아빠가 맨날 애랑 놀아?”
“애 엄마는 회사 다녀요”
“아빠는 머 하시고?”
“저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고요”
프리랜서로 강의를 하고 있었지만 거의 매일 같이 아이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궁금하던 거 같다.
강의가 있어 대전 엄마에게 하성이를 맡길 때가 종종 있었다. 나가길 좋아하는 하성이는 할머니와 있어도 거의 매일 놀이터를 갔다. 그곳에 모여 있는 할머니들은 하성이를 알아보고는 떡도 주고 뻥튀기도 주는데 아주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단다.  엄마는 할머니들이 하성이를 이뻐한다며 좋아하셨다.

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이제는 할머니들 있는데 안 갈련다.”


“왜요? 하성이 할머니들 좋아하는데, 무슨 일 있으셨어요?”


엄마는 아무 일도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계속 물어봤다.


“애는 엄마가 보고 돈은 남자가 벌어야지”라고 할머니들이 나를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신 듯하다.


나에게는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었는데 왜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한지 모르겠다. 그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우리 아들이 집에서 놀면서 며느리 등꼴빼먹는다’라는 느낌을 받으셨다는 것이다. 아무도 그렇게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엄마의 마음속에 육아를 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러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아~~ 어머니가 얼마나 속상하실까?’ 내가 들어도 순간 당황스러웠을 텐데 그 순간 엄마가 어떠하셨을지 참 마음이 아팠다.  


“엄마 남들이 하는 소리를 멀 신경 써요. 나도 일하잖아요. 사람들이 잘 몰라서 하는 소리지”


아무렇지 않은 척 엄마에게 이야기했지만 나도 할머니들의 말이 신경이 쓰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육아 대디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아직은 불편하다. 아니 가족들도 내가 육아를 한다고 하니 응원해 주지만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었던 것이었다.


이  일이 있은 후 할머니들은 끝까지 나에게는 그런 내색을 한 번도 하지는 않으셨다. 만나면 언제나처럼 환하게 웃으시며 “아빠랑  어린이집 잘 다녀오라.” 인사해 주시고 이뻐해 주셨다.  ‘설마 아빠가 애  본다고 불쌍히 생각하셨나’그 사건 이후로 엄마는 할머니들 있는 놀이터에 가지도 않고 근처를 지나오지도 않으셨다.


“애는  엄마가 보고 돈은 남자가 벌어야지”라는 말이 꽤나 상처가 되셨나 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육아를 잘해나가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엄마도 나를 많이 응원해 주시고 대단하며 칭찬해준다. 물어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자랑스러워하실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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